거장들과 떠나는 ‘행복한 클래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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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지오 소스테누토 / 문화수 지음 / 돌베개

한국처럼 클래식과 오랜 시간 호흡하는 나라도 드물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거의 의무이다시피 피아노학원에 다녀야 하고, 입학하면 더 높은 단계로 혹은 더 많은 악기를 배워야 하는 시간들이 이어지니 말이다.

그럼에도 클래식에 대해 물어보면 순간 얼어붙고 만다. 모차르트가 어떤 곡을 썼고 무슨 파에 속하고 등등은 줄줄이 외워대면서도 실제 음악에 대해서는 벙어리가 돼버린다.

여전히 클래식이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라는 편견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클래식은 수많은 사연과 드라마들을 간직하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상자와도 같다.

“음악을 듣는 행위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흐를 들을 때는 바흐를 만나고,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를 들을 때는 또 그들과 조우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클래식은 온전히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16세기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 24명 남짓한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를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그는 음악을 인간의 삶과 시대를 들여다보는 창이라고 말한다. 드뷔시에 대해 ‘현대적 회화성’으로 대변되는 독특한 감수성의 변화를 보여줬다고 지적하며, 그의 음악적 생애를 ‘모더니즘의 새벽’으로 규정한다. 말러가 보여준 정체성의 혼란,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의 공포 등을 개인사적 궤적을 통해 살펴보면서, ‘분열된 주체’로서의 자아를 음악에 투영해 20세기의 징후를 포착한 음악가였다고 평한다.

또 유럽이 혁명의 열기에 휩싸였던 19세기 초·중반, 몽상적 내러티브를 음악으로 구현한 베를리오즈와 격렬한 열정을 건반 위에서 쏟아내고 짧은 생을 마친 쇼팽, 혁명이 들끓던 시대에 고즈넉하게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했던 ‘레퀴엠’의 가브리엘 포레의 삶과 음악도 흥미롭다.

저자는 음악가들의 생애를 잡다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주제에 따라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들을 기록하고, 그들의 음악 세계를 감각적인 언어로 집어낸다.

‘느리게, 한음 한음을 깊이 눌러서’라는 뜻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처럼, 음악가 한 명 한 명의 생애를 음미하는 이 책이 특별한 매력을 주는 까닭은 음악 애호가들이 좀더 늘어나길 바라는 진정한 바람이 담겼기 때문일게다.

독자들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삶 속에서 천재와 초인의 모습보다는, 욕망에 비틀거리고 콤플렉스 때문에 힘겨워 하는 나약한 인간의 초상을 엿보게 될지 모른다.

김헌규 기자 hgki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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