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간 애정을 빙자해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스토킹’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지만 관련 처벌은 오는 3월 시행되는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 부과 등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서울 노원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여·45) 씨는 자신을 좋아한다며 쫓아다니던 김모(47) 씨 때문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김 씨가 “날 좋아한다고 말해달라”며 주점에서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계속된 스토킹에 A 씨는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는 무려 90차례나 입건됐지만 번번이 풀려났다. 분신으로 가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은 김 씨는 이후에도 붕대를 감고 지속적으로 A 씨의 가게를 찾아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했다. 스토킹에 시달리다 못해 A 씨는 가게까지 그만뒀지만 김 씨는 집까지 찾아와 집요하게 괴롭혔다.

사건을 맡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1일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관할 법원은 10개월이 지난 현재도 계속 화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25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스토킹이 포함된 폭력이나 공포감 조성 등에 대한 상담전화 접수건수는 모두 565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토킹 관련 상담전화 접수는 지난 2010년 489건, 2011년 542건 등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특히 최근에는 단순 스토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나 성폭력 등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토킹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는 반면 처벌은 3월 시행되는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 8만 원을 부과하는 데 그치는 등 외국에 비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방화 등이 동반되거나 상습 폭행이 없다면 단순 스토킹으로 훈방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분이 이어진다면 보복이 두려워 아예 피해 신고를 못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