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저자는 이스라엘에서 꽤 유명한 학자이자 작가다. 러시아 태생이지만 오래 전에 이스라엘로 이민해 이스라엘 대학에서 수학과 과학교육학, 두 개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이스라엘 경영학연구칼리지의 경영학과 교수로 일한다. 그가 가르치는 건 수학, 통계학, 법, 게임이론, 심리학 등이다. 여기다가 철학과 문학도 강의한다. 섭렵한 학문의 다양함부터 평범치 않지만, 저자가 지닌 가장 비범한 능력은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강연이다. 기발한 예화와 가벼운 농담, 그리고 독자들과 주고받는 질문 등을 자유자재로 버무려 실타래처럼 사유를 풀어가는 글솜씨에서 강연자로서의 그의 면모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한데 책 제목이 어디선가 들어본 듯 진부하기 짝이 없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에 대한 저자의 자답(自答)은 ‘그런 책을 읽는다고 정말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절한 가게 점원의 ‘좋은 하루 되세요’란 인사말이 우리에게 정말로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 줄 리 만무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런 책들이 알려주는 비결이란 ‘매일 아침 환한 미소를 짓고 기분좋게 일어나라’거나 ‘무엇인가 원한다면 이미 그것을 절대적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라’는 것들. 그런데 이런 책을 읽는 독자들도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저자는 행복을 추구하기에 앞서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짚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곧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그곳에 이르는 방법을 누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행복에 이르는 비결이나 요령, 혹은 수칙 대신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행복의 개념, 그리고 인생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복잡한 문제, 심지어 난해한 철학적 사유마저도 알기 쉽게 풀어내 단순하게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주인공 곰돌이 푸우를 데려다가 스피노자를 이야기하고,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통해 데카르트를 들여다보는 식이다. 영화와 소설, 그리고 생활의 경험 사이 사이에 격언과 철학자의 묵직한 경구, 심지어 저자가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신기한 것은 이런 식의 단순화가 사안을 두루뭉술하게 평면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상상력, 짤막한 예화와 경쾌한 유머를 동원해 유혹과 욕망, 호기심과 사랑, 삶과 죽음 등 쉽지 않은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탈무드에 등장하는 우화 혹은 깊은 지혜의 랍비로부터 듣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