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지는 않지만 절망하지도 않아 / 유인창 지음 / 바다출판사

서점가에 남자 나이 ‘마흔’을 주제로 한 책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또 한 권의 힐링도서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책은 뭔가 다르다. 도약과 변화의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현실을 견디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저자는 다만 담백하게 말한다. 마흔은 젊은 날의 화두가 다시 말을 걸어오는 시점이라는 것. 나이가 들면 해결될 줄 알았던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깨달음은 그 출발점이 된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보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자기 위로의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여느 힐링서에서 읽히던 부담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흔 살 인생 역전’이라는 상투적이면서도 계도적인 문구에는 인생에 승패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는 멋진 시구에 대해서는 “그 기분 좋은 말,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지난날들이 대단하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일상에서 우리가 포기한 작은 행복도 모으기 시작하면 아직 닥치지 않은 최고의 행복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얘기를 덤덤히 풀어놓을 수 있는 데는 저자의 이력이 한몫한다. 그 역시 많은 꿈을 꾸지만 사무실에 갇혀지내는 철창 속의 새 신세다. 남들 눈에 바보 같아 보여도 나름 만족하는 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며 이 책을 펴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