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과 북한 핵실험 등으로 집단적 자위권 실행과 재무장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일본이 15일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를 위한 전문가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특히 일본정부는 NSC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비슷한 기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15일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는 이날 자신이 직접 주관하는 NSC 창설을 위한 전문가회의를 열고 구성원, 조직 및 구체적 권한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 자리에서는 NSC에 각 부처의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는 총리 산하 사무국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사무국이 설치되면 경찰청이나 외무성, 방위성 등 각 부처는 사무국에 의무적으로 정보나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보 수집 부서가 모아온 정보를 분석해서 총리에게 보고하는 기관이 없다”며 “(각 부처의 정보를) 관통하는 분석 능력이 열악하다”고 사무국 설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2006∼2007년 1차 아베 내각 당시에 마련한 일본판 NSC 법안보다 정보 수집·분석 기능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당시에는 ‘NSC가 각 부처에 대해 자료나 정보 제공 등 필요한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이번에는 각 부처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NSC의 역할은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국가전략 책정과 위기관리, 정보 집약 등으로 규정하고 NSC 담당 총리 보좌관을 따로 둘 예정이다.

NSC설립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아베 총리는 정권 출범 후 이를 장기 과제로 넘겼으나 1월 알제리에서 일본인 납치사건이 벌어지면서 설치를 서두르게 됐다. 이어 중국 군함의 사격용 레이더 조준 문제까지 터지고, 정부의 정보 수집 및 분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아베 정부는 NSC 설치를 서두르게 됐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구상을 담은 법안이 빠르면 6월에 끝나는 이번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는 현재 내각 정보조사실이라는 정보기관이 있다. 군국주의 시절의 내각정보국을 대체한 기관이다. 전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가 아베 총리처럼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를 모아서 분석, 정리하는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판 CIA’를 만들려고 했으나 “내각정보국을 부활시키려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1952년 현재의 내각정보실을 만드는 데 그쳤다. 아베 총리가 내각정보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무국 설치를 추진하는 만큼 내각정보국이나 CIA와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