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건축을 위한 철학 / 브랑코 미트로비치,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이제는 건축가들이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철학의 개념을 인용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을 통해 건축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증명한다. 이 같은 긴밀한 관계에 주목하면서 저자는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에 대해 철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허공에 지은 관념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책은 건축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지심리학을 이야기하면서 상상이 사물의 심상을 만든다며 시각적 상상과 건축 표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 건물의 개념에 접근하기도 한다. 개별적인 점들 사이의 거리를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공간의 특별한 의미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거주가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건축 과정이 진정한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건축은 단순한 사물의 생산이 아닌 본질의 창조라는 저자의 주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책은 건축가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제시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이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철학적 논리를 앞세우지 않더라도 와인을 유리잔으로 마실 때와 플라스틱 컵으로 마실 때 기분이 다른 것과 같은 원리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