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도서관 / 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다양한 나라의 음식에 대한 가볍지만 폭넓은 문화적 고찰. 여기다가 각국의 전통 음식과 조리용어, 그리고 식사 에티켓의 소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저자가 이 책을 내놓은 목적은 아마도 독자들이 이국적인 외국 음식을 내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도 당황하지 않고 익숙하게 메뉴를 고르거나 상대방과 그 음식에 대한 가벼운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듯하다. 자연스럽게 각국의 음식문화를 익힌다면 어떤 테이블에서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정세에 박식하고 문화적인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서는 음식을 국가별로 혹은 메뉴별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국가별로는 태국,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음식을 한데 묶고,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미국 등 서양음식을 따로 정리했다. 여기다가 치즈와 초콜릿, 커피, 맥주 등의 몇 가지 기호품만을 따로 모아 엮었으며, 맨 뒤쪽에는 테이블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붙였다. 음식에 대해 다루고는 있지만, 식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왕성하게 탐구한다기보다는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상식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쪽이다. 일종의 음식에 대한 상식과 매너 등을 배우는 실용서인 셈이다.

오리엔탈푸드의 첫 단락인 태국 편을 보자. 여기서 저자는 태국 음식이 세계화된 이유와 함께 다양한 향신료로 대표되는 태국 음식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짚어낸다. 그러곤 태국의 대표메뉴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식자재나 조리용어 등을 정리해 두었다. 현지어로 정리된 음식 관련 용어들만 익힌다면 처음 가본 태국 식당의 낯선 메뉴판에서도 음식을 척척 주문할 수 있게 된다. 태국말로 ‘얌’이 샐러드이고 ‘탈레’는 해산물. 그러니 태국 식당 메뉴판의 ‘얌탈레’는 곧 해산물 샐러드다.

베트남 편에서는 보트피플로 인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베트남 쌀국수의 짧은 역사를 이야기하고, 스위스 편에서는 버려질 뻔한 자투리 치즈로 ‘퐁뒤’라는 음식을 만들어낸 사연을 소개한다. 일본 편에서는 복잡한 식사 예절이 오랫동안의 무가정권 통치의 결과로 설명하고, 프랑스 편에서는 프랑스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탕에는 요리사들의 매 순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책의 각 단락에는‘음식교양사전’이란 별도의 항목을 두고 음식과 관련된 상식도 소개하고 있는데, 지역별 중국 요리 특징, 터키 사람들의 식사 습관, 프랑스 식당의 종류, 서양의 아침식사 종류, 커피 마시는 예절 등 소소한 정보를 간결하게 모아 두었다. 외국식당에서 늘 익숙한 메뉴만 주문하는 것이 지겹다거나 낯선 음식 앞에서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싶은 사람, 혹은 테이블 위의 물잔이나 포크, 나이프의 위치가 늘 헷갈리는 이들에게 적당한 책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