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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얘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슈는 중국의 경제·외교적 부상이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미국과 함께 세계 패권을 다툴 중국의 향후 대외 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물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중국의 앞날을 말할 때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문제가 있다. 바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로 대변되는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다. 1959년 중국에 강제합병된 티베트의 경우, 지난 50여 년 동안 망명한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분리독립운동을 벌여왔다. 그런 만큼 외부세계에도 티베트의 존재는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경우 최근에서야 그들의 존재가 부각됐다. 지난 2009년 200명 가까운 인명피해와 17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한족과 위구르족 간의 유혈 사태가 계기가 된 것. 이후 주도 우루무치에서는 한족과 위구르족 간 산발적인 충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화약고’가 된 것이다.

신장의 역사 : 유라시아의 교차로 / 제임스 A 밀워드 지음, 김찬영·이광태 옮김 / 사계절

이 책 ‘신장의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신장의 역사를 통찰하는 역작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로 아시아와 세계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특히 신장의 역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글을 발표해 왔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신장 지역의 정치·경제·종교적 문제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장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면 신장에서 유혈충돌이 일어난 배경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과거 ‘서역(西域)’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지역이 신장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18세기 중반. 당시 청의 건륭제가 이 지역을 정복하고 병합한 뒤 제국에 편입된 ‘새로운 강역’이라는 뜻으로 처음 만들어 사용하면서 신장이란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중세의 이슬람 작가들은 이 지역을 ‘투르크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투르키스탄(Turkestan)’이라고 불렀다. 투르키스탄이 신장으로 바뀌면서 이 지역은 공식적으로 중국 역사에 편입됐다. 하지만 중국의 영토가 된 이후에도 이슬람 종교를 믿는 위구르족과 지배 계급인 한족 간의 민족·종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실크로드의 교차로로서 신장은 유라시아 전역의 예술과 기술, 사상 및 교역 물품이 이동하는 통로이자 용광로였다. 지중해 지역, 페르시아, 인도, 러시아 그리고 중국을 연결하는 통로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집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뒤를 잇는 초기 유라시아의 농부와 유목민들 역시 신장을 횡단했다. 그리고 승려와 선교사, 상인, 군인, 정착민 및 여행자가 그 뒤를 이었다. 신장은 또한 유목 사회와 정주 사회의 접점이자 초원 출신의 유목민인 흉노족, 투르크족 및 몽골족과 타림 분지 오아시스의 농민들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면적은 166만여㎢. 이는 한국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로, 크기로만 보면 일개 자치구가 아닌 거대한 국가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티베트 등 소수민족들의 소소한 저항마저 허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신장 지역은 이처럼 강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민감하기 그지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이 책의 목표는 오늘날 신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영어로 된 훌륭한 입문서가 없는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개관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선을 긋는다. 책은 특히 전체 분량의 3분의 2를 18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근현대사 서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정치적으로 불안한 이 지역에 대한 저자의 ‘현재적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저자는 철저히 정치적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신장의 현대사를 다루면서도 신장 지역의 분리독립운동과 중국의 신장 정책 중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저자와 오랫동안 학문적 교유를 해 온 김호동(동양사학) 서울대 교수는 추천 글을 통해 “여러 소수민족을 포함하고 있는 현대 중국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또 동서 문명의 교류와 실크로드의 역사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유라시아의 교차로’였던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앙아시아의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대한 지평을 넓혀 주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고 평했다.

책은 신장의 역사를 아우르는 통사이자 개관서일 뿐 아니라 오늘날 중국의 이면을 이해하는 데도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신장에 대한 ‘영어로 된 훌륭한 입문서’가 없을 뿐 아니라 한글로 된 신장에 대한 입문서는 아예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부룬쿨 호수와 백사산 풍경. 신장 지역은 지난 2009년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혈 사태로 세계가 주목하는 지역이 됐다. ⓒ 이상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