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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과점 형태의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된 알뜰폰(MVNO)사업이 이동통신회사의 과다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비현실적인’ 네트워크 도매 산정 기준으로 지지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이 이동통신 요금을 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음에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MVNO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알뜰폰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현재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117만 명으로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의 2.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이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고 주파수를 보유 중인 이동통신사(MNO)의 네트워크를 빌려 독자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는 크고 작은 26개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있다.

우리나라 알뜰폰 사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 비중은 8%이며 독일 20%, 프랑스 8%, 영국 12% 등이다.

국내 알뜰폰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알뜰폰 도입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유럽 지역 국가들의 경우 초기 이동통신시장에 알뜰폰 제도를 도입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적정한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에게 주는 네트워크 도매 대가가 너무 높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이동통신 1위 SK텔레콤)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최고 45% 할인된 가격으로 네트워크를 대여토록 하고 있다. 요금이 100원일 경우 55원 이하로 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 알뜰폰 요금이 이동통신사 요금의 70∼80% 수준을 유지해야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뜰폰의 사업성은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 모두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휴대전화 보조금은 더 큰 문제다. 방통위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27만 원으로 정했지만 실제 보조금은 이를 훌쩍 넘기는 게 현실. 심지어 과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이동통신 3사가 돌아가면서 영업정지를 당한 현 시점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 여력이 없는 알뜰폰 사업자들로선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구조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도매 산정이나 과다 보조금 지급 등은 방통위가 정책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방통위의 정책적 의지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