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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사기꾼 / 스텐 티 키틀, 크리스티안 제렌트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1995년 선물거래로 14억 달러의 손실을 입혀 영국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간 금융중개인 닉 리슨. 그는 불과 수년 만에 ‘역사상 최고의 사기꾼’이란 타이틀을 미국의 금융중개인 버나드 매도프에게 넘겨줬다. 매도프는 피라미드식 투자사기로 2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혔다. 투자자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돈을 끌어모은 그는 회사 외형을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하는 최소한의 경상비를 제외하고는 전액을 낭비로 점철된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데만 사용했다. 매도프는 150년형을 언도받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교도소에 수감됐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심지어 매도프의 아들마저도 채권자와 언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희대의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다. 수많은 사기꾼들이 어떻게 기만적인 자기연출을 해왔으며 이기심의 곡예를 통해 감쪽같이 사기를 쳤는지를 추적해 보여준다. 책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기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구사한 기발한 사기의 다양한 수법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다.

사기꾼들의 흥미진진한 사기행각은 재미있게 읽히지만, 이 책의 미덕은 이런 사기들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사기범들은 어떻게 취약한 사회적 고리를 파고들었는지, 완벽한 사기를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분석해 낸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의 결론은 사기란 개인적으로 감행한 범죄라기보다는 술수와 모략이 난무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란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전문지식의 ‘반감기’가 그 어느 때보다 짧아지면서 전문성보다는 소통과 감정관리, 공감능력의 중요성이 더 커져, 이 과정에서 사기꾼들의 연출 또는 조작능력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특히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이 비도덕적인 행태를 보일 때 심각한 결과가 야기된다고 경고한다. 그들이 바로 출세의 롤모델이 되고 이 같은 ‘사회적 전염’을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사기꾼의 특성을 확산, 심화시킨다는 얘기다.

저자는 ‘직장에서 능력자로 보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란 항목 아래 ‘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으면서 일하는 척하는 수법’을 소개한다. 예컨대 부서 내의 뛰어난 업무성과에 대한 독점적 정보가 입수되면 재빨리 상사에게 자신의 이름을 발신자로 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팀의 성과’라고 말한다든지 하는 수법을 읽다 보면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런 야비한 술수가 성과를 수시로 보여줘야 하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켜야 하는 직장인에게 어쩌면 필수적인 소양이 돼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책의 맨 뒤 페이지 마지막 줄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과연 진실하며 진짜일까.’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