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만든 책 25 / 토마스 C 포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RHK

‘주홍 글자’, ‘모비딕’,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위대한 개츠비’, ‘분노의 포도’, ‘앵무새 죽이기’….

미국의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25편의 문학서를 담았다. 미국 미시간대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적 신화의 근원이 된 문학작품들을 선별하고, 특유의 냉소적인 문체로 미국 건국 역사와 민족적 특이성을 살핀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저자는 어떤 기준으로 25권을 선별했을까. 저자가 책을 선정한 논리적 근거는 이렇다. 먼저 상상력이 발휘된 문학작품에 집중했다. 자기계발서, 역사서, 회고록, 자서전 등은 제외했다. 하지만 ‘프랭클린 자서전’과 ‘월든’은 포함시켰다. 두 작품은 엄정한 사실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 문학적 향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메시지’가 강한 책들, 즉 사회적 변화를 주목적으로 삼는 책들은 피했다. 이런 면에서 노예제도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을 크게 바꿔 놓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미국의 식품 분야에 대해 엄청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정글’은 제외했다.

책은 영국의 목사이자 작가인 시드니 스미스가 1820년 ‘에든버러 리뷰’에 쓴 글을 거세게 몰아붙이며 시작한다. 스미스 목사는 당시 “세상에서 누가 미국 책을 읽는가?”라고 썼다. 이에 대해 저자는 원색적으로 비판의 칼을 들이댄다. “누가 누구를 한심하다고 하는가! 정말 건방지고 참으로 영국적이다. 분명 스미스는 영국이 예전의 식민지 국가에 두 번이나 패배를 당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에 대해 미국인은 원숙하고 합리적인 대답으로 반격할 수 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가?”

저자에 따르면 스미스 목사가 그런 말을 할 당시, 미국은 화급한 문제가 많았다. 굶어 죽지 않아야 했고, 삼림을 개간하고, 원주민을 제압해야 했으며, 공화국을 수립해야 했고, 황무지에서 도시와 마을을 건설하느라 너무 바빴다.

저자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스미스 목사가 훌륭한 작가와 사상가들을 모두 데려온다고 해도 독립선언서와 미국헌법만큼 이 세상을 바꿔놓지 못했다고 일갈한다.

‘미국적 자부심’으로 충만한 저자의 25권에 대한 설명은 미국 문학은 도래한 것이 아니라 추구돼야 할 가치로서의 자유와 평등, 인권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는 “포스터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미국 문화 비평을 통해 ‘미국의 정신’을 통찰하며 새로운 지적 모험의 길을 열었다”며 “미국이란 무엇이며, 미국의 정신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문학이라는 불멸의 도구를 통해 상술하고 있는 이 책은 미국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깨달음을 준다”고 평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