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에서 사용자 경험(UX)실 직원들이 신규 UX 개발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23일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 외양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다소 허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낯선 기자를 맞는 경비원의 눈초리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매서웠다.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땐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학생 동아리방 같은 사무실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가벼운 캐주얼 차림의 연구원 여럿이 사무실 안을 어슬렁어슬렁 활보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지나치게 네모 반듯해 몰개성적인 건물 안에서 밝고 경쾌한 표정의 사람들이 사람의 감성을 다루는, 그야말로 창조성 넘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LG전자의 장밋빛 미래가 영글고 있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미국 애플이 주도한 스마트폰 혁명의 거대한 흐름을 타지 못해 추락 직전까지 갔던 전통의 정보통신기술(ICT)강자 LG전자가 새해부터 독기를 품은 채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LG전자로선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게 오히려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외부 평가도 후한 편이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하드웨어 경쟁력,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대응 능력 등에 힘입어 2위권 스마트폰 제조회사 중에선 가장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LG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이나 4G LTE 대응 능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정작 LG전자가 감춰둔 회심의 비밀병기는 ‘UX’다. UX를 굳이 번역하자면 ‘사용자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는 세계 최고의 UX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메가 트렌드를 UX로 보고 생각지도 못한 UX를 찾아내고 탑재하기 위해 UX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회사 내 UX 관련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마창민 LG전자 MC사업본부 한국마케팅 담당 상무는 “UX를 단순히 스마트폰 안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과 접목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UX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이용패턴 분석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통찰 발굴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성과도 많이 거뒀다. 스마트폰 ‘옵티머스G’와 ‘옵티머스 뷰2(Vu:Ⅱ)’에 탑재돼 사용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Q슬라이드’가 대표적이다. Q슬라이드란 하나의 디스플레이에서 서로 다른 2개의 전체 화면을 동시에 겹쳐서 보여주는 것이다. 화면의 일부분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 화면을 각각 볼 수 있어 두 가지 일을 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

Q트랜스레이터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44개국 언어를 카메라 스캔으로 인식해 바로 문장단위까지 쉽고 빠르게 번역해 준다. 낯선 언어의 안내문이나 표지판, 메뉴판 등에 스마트폰 카메라만 갖다 대면 자동으로 번역해주기 때문에 해외여행 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Q리모트도 LG전자의 자랑.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에 한 번만 등록해주면 리모컨을 대신해 적외선 신호를 통해 셋톱박스, 오디오, 에어컨 등 집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해주는 기능이다. 이들 UX는 LG전자 스마트폰에만 들어간다. 이러저러한 UX가 모여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이는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충성도 제고와 판매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하드웨어 경쟁력은 기본이다. 그런 점에선 LG전자는 늘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LG전자는 또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하드웨어가 결국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UX를 담기 위한 기반이라고 판단,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