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초콜릿은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지만 지방 함량도 높아 과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초콜릿은 혈관의 적인가, 아군인가.

그동안 초콜릿은 고열량 식품이어서 비만의 주범이며 지방함량도 높아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초콜릿 성분들이 면밀히 분석되고, 각종 실험을 통해 긍정적 효능이 잇달아 발견되며 초콜릿을 건강식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심지어 초콜릿 다이어트까지 등장했다.

우선 초콜릿 성분부터 보자. 식물에 있는 성분 중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고 부른다. 카카오에 있는 파이토케미컬로 가장 많이 있는 것이 폴리페놀 화합물로 발효 및 건조된 카카오에 13.5% 정도 존재한다. 폴리페놀은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active oxygen)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카카오 폴리페놀은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성분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저해효과가 있어 혈압과 관련한 생리활성 효과를 가진다. 카카오가 많은 다크초콜릿은 악성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저단백(LDL)의 산화 감수성을 낮춤으로써 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보통 포도주에는 100㎖당 약 100㎎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고 녹차에는 100㎖당 약 60㎎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지만 밀크초콜릿에는 100g당 약 800㎎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또 카카오 성분이 많은 고폴리페놀 함유 초콜릿에는 100g당 2000㎎ 넘게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초콜릿에는 불용성 식이섬유인 리그닌(lignin) 등 식물섬유가 다량 함유돼 있다. 리그닌은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혈청 콜레스테롤 농도 상승을 억제하며 변비에도 효과가 크다.

노먼 홀렌버그 하버드대 교수는 파나마 본토의 쿠나 인디언과 카카오 드링크를 매일 4∼5잔 마시는 파나마 근해 산블라스 제도에 사는 쿠나 인디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본토 주민이 산블라스 제도 주민에 비해 심장병과 암으로 사망할 상대적 위험이 각각 1250%와 630% 높다는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초콜릿에는 단순당과 지방함량이 높아 몇 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300㎉)에 해당하는 칼로리를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것. 특히 카카오 함량이 높아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다크초콜릿의 경우 일반 밀크초콜릿보다 열량이 훨씬 높다. 농촌진흥청의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다크초콜릿 100g당 열량은 520㎉이고, 밀크초콜릿 100g당 열량은 393㎉다.

카카오 함량이 많아지면 폴리페놀 함량도 높아지지만, 포화지방 함량 역시 늘어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성분은 혈액 내에서 혈관벽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혈관계 질환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사람, 다이어트를 계획 중인 사람과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론이 팽배해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과업계에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김종수 롯데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카카오에서 만들어 낸 코코아버터라는 유지에는 악성 콜레스테롤을 증식시키지 않는 올레인산, 스테아린산 등 양질의 지방산이 많다”며 “이들 지방산은 체내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실제 칼로리 섭취량은 일반 칼로리 계산치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초콜릿의 카페인 성분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 여전하다. 특히 일부 성분에 대한 지적은 초콜릿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다. 윤승일 빙빙한의원 원장은 “초콜릿의 카페인과 같은 물질인 테오브로민(theobromine) 성분은 부신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할 경우 부신을 고갈시킬 수 있다”며 “부신저하증은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해 심심찮게 생리전 증후군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초콜릿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그 맛과 향을 최대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식품과 마찬가지로 초콜릿도 그 원료로부터 기인하는 영양과 맛이 있고 그에 따른 열량을 지니고 있다. 초콜릿 제품에는 섭취량에 따른 열량이 표시돼 있으므로 식사 등과 연관해 적절한 열량을 고려하면서 먹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