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 장자의 미학 / 왕카이 지음, 신정근·강효석·김선창 옮김 / 성균관대 출판부

“‘소요유(逍遙裕)’의 본의는 미학 이야기에 있지 않았다. 그것의 취지는 인생 문제, 즉 도의 체득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정신 자유를 실현할 것인지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곳곳에서 미학과 통하고 인생과 심미의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장자 사상은 자체적으로 내재적인 논리와 시종을 꿰뚫는 개념을 갖추고 있다. 소요유가 바로 장자(莊子) 미학 사상의 큰 줄기다.”

책은 왕카이(王凱) 중국 칭다오(靑島)대 중문과 교수가 지난 2003년 출간한 ‘소요유-장자 미학의 현대적 해석’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중앙TV와 칭다오TV 등 방송국에서 일을 하다 우한(武漢)대 대학원에 진학해 받은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보완한 책에서 저자는 텍스트로 전하는 ‘장자’의 핵심이자 장자 미학 사상의 가장 큰 줄기인 소요유를 심리와 자연, 도와 언어, 인생관, 생태 등 다섯 가지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고전 미학의 거의 모든 중요 명제들은 모두 ‘노닐기(遊)’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특히 소요유는 정신의 자유로운 노닐기를 체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자 미학은 노닐기 또는 ‘유(遊)’의 미학으로 부를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선진(先秦)시대 소요유가 생겨난 사회·문화적 뿌리를 분석한 뒤 서양의 유희설과 연관시켜 논의를 진행한다. 장자가 기본적으로 은자(隱者) 전통의 풍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은자와는 달리, 강렬한 사회 비판 의식을 드러낸 점이나 초나라의 오래된 무격(巫覡·무당 또는 박수) 문화의 비옥한 토양을 문화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 등이 바로 그것이다.

칸트의 자유로운 유희, 쉴러의 유희충동, 가다머의 유희 자체 등과 장자의 유 사이의 공통점을 살펴본 저자는 서양의 여러 가지 유희설은 대부분 예술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장자의 유는 인생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면서 더 넓은 시야를 펼쳐 보인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장자의 소요유를 심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영혼의 자유로운 해방이고, 또한 영혼이 허무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 관점에서 보면 장자의 자연과 도는 동등한 층위의 개념이며 도와 언어의 관점에서 장자의 언어 사상은 도구론의 맥락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존재론의 맥락이 된다. 또 장자는 인생 문제를 소요유의 최종 귀착점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생태 관점에서 살펴보면 소요유는 ‘물아일체’의 심미 경계일 뿐만 아니라 생명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내재적 체험이므로 근본적으로 말해서 생태미의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은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와 성균관대 출판부 등이 기획한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현재까지 총 6권)의 1차분 3권 중 하나로 출간됐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