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탄생 / 마이클 룰먼 지음, 정현선 옮김 / 푸른숲

책에 등장하는 CIA란 ‘미국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이 아닌 미국 뉴욕에 있는 ‘미국요리학교(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약자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출신의 저널리스트. 그가 프랑스의 르코르동블루, 일본의 쓰지요리학원과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CIA에 입학한 것은, 오로지 요리를 직접 배우며 그 공부과정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 동안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한 교육과정에 대한 기록이자 그가 목격한, 요리에 미래를 건 학생과 강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2년 동안의 수업 기록과 이야기를 강의실을 배경으로 1인칭 시점의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요리학교의 수업과정이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 고기국물을 만드는 과정부터 각종 식재료를 써는 다양한 요령 등의 실전 요리는 물론이고 식자재별로 복잡한 중량단위를 환산해내는 이른바 ‘조리 수학’ 등을 배우는 과정이 세세하게 소개된다. 똑같은 재료임에도 음식 종류에 따라 칼로 써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소스 하나를 만들어내면서 맛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등을 수업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요리학교 학생들은 미식학과 조리수학, 위생관리, 영양학, 조리 프랑스어 등을 배운 뒤에 식재료 선별 수업을 받고, 동물의 몸을 이루고 있는 근육과 뼈에 대해 공부한다. 그러고는 칼질부터 음식을 만드는 실습을 하고 식품산업 전반과 더불어 힘든 주방생활을 버텨나갈 마음가짐까지 두루 배우게 된다.

심지어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대지와 자연, 그리고 지역사회와 레스토랑의 공존 방식 등도 수업에서 다뤄지는 주제다. 저자는 이런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의 모습을 소설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흔히 셰프란 직업을 예술과 낭만쯤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음식을 만드는 일이라는 게 흔히 생각하듯 예술이나 미학에 가까운 일이 아니라 축구선수 수준의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고되고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채게 된다.

평소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거나 요리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자 했던 독자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책.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셰프란 직업에 대해 작은 흥미만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