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 기간 각 후보 캠프와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관심있게 지켜본 것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발표하는 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리서치앤리서치(R&R), 리얼미터 등 일부 조사 기관에서 일일 조사를 실시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후보들의 지지율 조사 결과에 국민들의 눈이 쏠렸다. 여론조사가 주목을 받으며 덩달아 여론조사 기관의 매출, 규모, 정치 조사를 실시하는 이유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조사협회(KORA)에 등록된 조사전문 업체는 41곳이다. 나이스알앤씨, 닐슨컴퍼니코리아, R&R, 마크로밀엠브레인, 메트릭스코퍼레이션,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 입소스코리아, TNS코리아, 한국갤럽, 한국리서치(가나다순) 등 매출 10위권 업체들이 속해있다. 여기에 사회정치 분야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정치조사협회(KOPRA)도 생겨나 11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이들 두 협회에 속하지 않은 군소 업체들도 많아 통계청에 여론조사업으로 등록된 곳만 250여 곳에 이른다.

정치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있지만 사실 정치조사는 조사 기관의 주된 업무는 아니다. 주로 언론의 주목을 받다 보니 정치 조사를 통해 큰돈을 벌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반적인 마케팅 조사가 전체 매출의 80∼85% 정도를 차지한다. 이외 정치조사를 포함한 일반 여론조사가 15∼20% 정도 된다. 당장 매출 기준 10위권 업체들 중 R&R, 엠브레인, 미디어리서치, TNS코리아, 갤럽, 한국리서치 등 6개 업체만 정치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업계 관계자는 “언론에 계속 보도되다 보니 정치조사를 통해 큰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밝혔다.

KORA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조사업체의 총 매출은 5360억 원 규모다. 1996년 450억 원, 2005년 270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급속한 성장세다. 양극화도 심해 상위 10개사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액이 상위 업체 100분의 1도 안되는 업체도 상당수다. 직원 수도 닐슨컴퍼니코리아가 지난해 기준 410명, TNS코리아가 297명인 반면 직원수가 채 50명을 넘지 않는 업체도 많다.

총매출 중 마케팅 조사를 제외한 매출은 1000억 원 가량이다. 이중 정부 발주 공공 조사 등을 제외하면 순수한 정치 관련 조사는 수백억 원 규모다. 아무래도 선거 때 정치 조사 매출이 크게 오르긴 한다. 그러나 대선보다는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오히려 더 ‘대목’이다.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26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대선이 이슈가 커서 집중되는 것일 뿐 조사 수요 규모는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더 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케팅 조사가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는 조사업체들이 왜 정치조사에 뛰어들까? 한 대형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사실 선거 시기 수요가 집중되는 정치 조사만으로 안정적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매출보다는 조사기관의 공신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언론사가 의뢰한 조사의 경우 가격이 30% 가량 낮게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한 홍보 효과, 향후 조사에 대한 신뢰도 획득 등 기대 효과는 단지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이득이 있다는 게 조사업체 설명이다. 일부 신생 업체의 경우 조사 결과를 무료로 제공해주겠다고 언론사에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민병기·김병채·김동하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