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佛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63)가 정치사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타이틀은 ‘부자세’. 요즘 프랑스에서는 2013년부터 2년간 연간 100만 유로(약 15억 원) 소득자에게 부과될 75% 세율을 피하려고 국경 너머 벨기에로 이주해버린 드파르디외를 둘러싸고 연일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드파르디외를 향해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경제위기를 외면한 ‘반역자’ ‘비겁자’란 비난이 쏟아지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무리한 세금정책을 강행하려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실 드파르디외 말고도 ‘절세도피’길에 나선 프랑스 부자는 한둘이 아니다. 배우 알랭 들롱도 최근 스위스로 이주했고, 유럽 최고 갑부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역시 벨기에 국민이 되겠다며 국적신청을 한 상태다. 국민가수로 불렸던 조니 할리데이는 이미 7년 전 중도보수 성향인 자크 시라크 정권 당시에 스위스로 이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드파르디외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민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 같은 그의 성격도 한몫했다. 장마르크 에이요 총리가 자신을 향해 “애처롭다”며 비판하자, 언론사에 공개서한을 보내 “45년간 열심히 일해 국가에 1억4500만 유로를 세금으로 낸 나를 이렇게 모욕하는 나라의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맞받아친 것. 가능한 한 조용히 해외 이주길에 나섰던 다른 부자들과 달리,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세금논란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드파르디외의 벨기에 국적취득은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벨기에 의회가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존경심 없이 최종 목적지인 모나코로 가려는 사람에게 국적을 허용하진 않겠다”며 거부의사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드파르디외가 ‘국민배우’에서 ‘공공의 적’이 될지, 아니면 사회당 정부의 비합리적 세금정책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이 될지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