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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사서 / 이용훈 외 지음 / 부키

얼핏 사서와 다독은 연관 검색어처럼 여겨진다. 으레 ‘읽어야 제맛’인 책의 속성이 예외 없는 법칙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얘기에 사서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은행원이 만진 모든 돈이 다 자기 돈이 아닌 것과 같은 원리”다. 이들에 따르면 사서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읽기를 위해 발품을 파는 사람이다. 책의 질량을 직접 체감하다보니 육체노동이라 할 만하다. 우스갯소리로 “사서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책은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사서 21명이 자신의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늘날 사서 생활 보고서다. 우리나라 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은 물론 기업, 방송사, 인터넷 포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서들의 일과 생활, 보람과 애환을 전한다.

결론은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됐지만 막상 사서가 돼서는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됐다”는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의 말에 응축돼 있는 듯하다. 사서는 각자 과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료, 지식과 지혜를 알맞게 제공함으로써 그 해결책을 깨닫게 하는 ‘인간지향적’ 직업이다.

특히 복지사회의 측면에서 이 직업의 유망함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신분, 직업, 소득에 차별 없이 모든 이에게 정보와 지식, 심지어는 문화까지 제공하는 도서관에서 사서는 복지사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사회공헌 직업인 셈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