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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스티븐 존슨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혁신이나 창조라 하면 천재의 고독한 작품을 연상하지만 스티븐 존슨은 현미경 작업이 아니라 회의 테이블에서 혁신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상호접촉에 의한 아이디어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법을 인접가능성, 유동적 네트워크, 느린 예감, 뜻밖의 발견, 실수, 굴적작용, 그리고 플랫폼으로 나누고 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아이디어가 고립되지 않고 서로 충돌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이 책은 ‘혁신의 공간(space of innovation)’에 초점을 맞추는데, 핵심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어떤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누르고, 어떤 환경은 별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게 한다. 도시와 웹은 혁신의 엔진이었다. 복잡한 역사적 이유들로 인해 도시와 웹은 좋은 아이디어와 창조, 유포, 채택에 대단히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는 농어촌이나 중소도시에 비해 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접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여기서 인접 가능성은 “만물의 현재 상태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실체가 없는 미래의 일종이자 현재가 그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보여주는 지도”다.

대도시의 거주민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를 적극적으로 탐험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탐험을 시도할 때마다 새로운 결합들이 생겨나게 되고, 이런 결합들이 변화, 혁신, 그리고 창조를 낳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기원전 7만 년 전부터 기원전 2000년이 되기까지 발명은 간헐적으로 이루어질 뿐이었다. 기원전 2천년 무렵 도시가 형성되고 그런 도시는 고밀도 네트워크를 뜻한다.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순환되면서 아이디어의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아이디어의 생성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아이디어 원천인 정보와 영감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이었다.
중대한 혁신으로 판명되는 대부분의 예감들은 긴 시간 속에서 전개된다. 그런 예감은 처음에는 모호함 그 자체이지만 시간을 두고 새로운 연결들을 모르면서 힘을 얻는다. 느린 예감을 기르고 배양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과학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산책을 하는 동안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앙리 푸앵카레는 “걷기 시작하면 아이디어가 떼를 지어 떠올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700여 년의 과학사가 제시하는 창조법은 세월의 검증을 거친 방법들이다. 이들은 고립이 아니라 자유로운 흐름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개방적 환경의 조성으로 아이디어의 충돌과 조합 그리고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내는 방법을 생각해 실천하는 일이다. 서영조 옮김.

칼럼니스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