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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66) 감독이 한국영화팬들을 다시 찾아왔다. 스톤 감독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플래툰’(1986년)과 ‘7월 4일생’(1989년) ‘JFK’(1991년) ‘월드 트레이드 센터’(2006년)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연출해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런데 스톤 감독의 25번째 작품이자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파괴자들’은 기존의 스톤 영화들과는 다르다.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액션영화이기 때문. 섹스와 폭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파괴자들’은 마약 카르텔에 납치된 연인 오(블레이크 라이블리)를 구하기 위한 촌(테일러 키취)과 벤(애론 존슨)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촌과 벤은 오를 동시에 사랑하는 절친이자 마리화나 재배사업의 동업자.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라는 작품에 등장했던 1970년대 청춘스타 존 트라볼타는 부패한 FBI 마약수사관 데니스를 연기한다.

‘플래툰’과 ‘7월 4일생’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나 받았으며, 신작 ‘파괴자들’을 들고 한국팬들을 찾은 할리우드의 명장 스톤 감독과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죄 액션물 장르 연출은 스톤 감독에겐 오랜만의 작업. 때문에 스톤 감독은 촬영에 앞서 사전 취재()를 완벽하게 실시했다.

“30년 동안 마약 단속국(DEA) 요원이었던 사람을 통해 실제로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젊은 마리화나 재배자, 컴퓨터 해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마약 범죄가 많은) 멕시코에 가보기도 했습니다. ‘파괴자’들은 하나의 카르텔과 캘리포니아의 마약 재배자를 실제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죠. 사회적인 약자가 강자를 뛰어넘는(이기는) 이야기예요.”

스톤 감독은 ‘플래툰’ ‘7월 4일생’ ‘내추럴 본 킬러’ 등 폭력적인 본성을 다룬 작품들을 연출해왔고 이번 ‘파괴자들’ 역시 인간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췄다.

“인간에게 폭력적인 본성은 언제나 존재해왔죠. 그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파괴자들’에서는 폭력적인 부분과 함께 사랑도 볼 수 있어요. 인간은 두 가지 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내면의 폭력적인 본성을 어떻게 책임지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벤을 연기한 애론 존슨이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1990년생인 존슨은 영국 출신이며 다른 영화를 거절하고 ‘파괴자들’을 택했단다.

“영화에서 벤은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벤은 더러운 세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왔는데 한 번 그 더러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니 자신이 이루기 힘든 이상을 꿈꾸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돼죠.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피하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피하려고 한 그곳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점이 있으니까요.”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정사신, 과감한 노출신, 그리고 잔혹한 고민신 등을 소화하며 영화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백전노장 스톤 감독은 라이블리의 프로 정신을 극찬했다.

“라이블리는 아직 어리지만(23세) 많은 노력을 합니다. 무엇보다 두려움이 없어요. 영화 속 장면들이 즐겁고 쉬운 일만 있는 건 아닌데 한 번도 망설임이 없었죠.”

스톤 감독은 완벽하게 리허설을 진행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톤 감독이 리허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있다.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파괴자들’의 경우 장면들이 모두 복잡하고 6명이나 되는 인물이 등장하기에 리허설 과정이 꼭 필요해요. 어떤 장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리허설을 통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사진=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