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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메릴린 먼로를 미술 소재로 각인시킨 서양 화가라면,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집요하게 다룬 한국화가는 김동유(47) 씨다. 먼로의 사진 이미지를 색을 달리해 반복적으로 재생산한 워홀 이후, 대중스타 먼로는 미술작가로선 접근이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1999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개인전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은 얼굴 사진을 가로·세로로 빼곡하게 그려넣어, 멀리서 보면 먼로 얼굴이 드러나는 이중이미지의 인물화를 발표했다. 이어 2005, 2006년 홍콩크리스티의 경매에서 메릴린 먼로-존 F 케네디 등의 이중인물화가 호평을 얻는 등, 먼로로 대표되는 그의 ‘얼굴시리즈’는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국내 전시장마다 먼로 그림을 비롯해 대중스타 소재의 팝아트가 큰 흐름을 이룬 것도 그 무렵이다.

당대의 상징으로 먼로를 비롯해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마오쩌둥(毛澤東)의 얼굴이 드러나는 이중그림을 발표해온 김동유. 그가 이즈음 주목하는 대상은 서양명화, 그것도 당대의 대중적인 아이콘인 피에타, 성모상이다. 한변이 160㎝ 정도인 100호 크기 ‘얼굴’ 시리즈가 작은 그림 1089개의 집합인 반면, 서양명화 소재의 신작 ‘크랙(Crack)’ 시리즈는 회화의 물감층에 생기는 균열로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7~30일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김 씨는 ‘얼굴’ 시리즈 및 정교한 수작업으로 물감의 균열을 모티브로 작업한 신작을 공개한다. 세월이 흘러 오래된 그림의 표면이 갈라지면서 드러나는 균열을 붓으로 일일이 묘사한 작품들이다.

시대의 문화적 상징을 주목해온 작가는 ‘크랙’ 시리즈를 통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사진), 뒤러의 ‘기도하는 손’과 시대별 두개골의 재해석을 시도한다. 얼굴 시리즈에 비해 바랜 듯 한결 가라앉은 색조로 그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네안데르탈인·현대인의 두개골 그림을 통해 작가는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어린 시절 깨진 기왓장을 비롯해 우표까지 수집품 목록이 다양했고, 한때 영화감독을 꿈꾸었다는 작가. 지난 세월의 관심사가 작품 속에서 그 흔적을 드러낸다.

모교인 목원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는 자전적 에세이집 ‘그림꽃, 눈물밥’을 펴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