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0월 30일 경기 화성시 석우동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이봉화 한림대성심병원 교수, 알프레드 뉴거트 컬럼비아대 교수, 김병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왼쪽부터)가 대장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화성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대장암이 대한민국 중년 남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 세계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대장암 발생현황’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10만 명당 46.9명(2008년 기준)으로 아시아 1위,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위암과 간암 등 암 발병률은 조금씩 하락하거나 정체 양상을 띠고 있는데 반해 대장암 발병률은 해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9년 10만 명당 27.0명이었던 남성 대장암 발병률은 10년 만인 2009년 50.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가히 ‘대장암 쇼크’라 불릴 만하다.

직장인 이재용(가명·41) 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조기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이따금씩 경미한 항문 출혈이 있어 왔지만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그였기에 놀라움이 컸다. 집안에 암 내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의심해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나마 ‘마흔을 넘었으니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 번은 받아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난생 처음 대장내시경 시술을 받았고, 바로 대장암이 발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 씨는 “우리 회사 안에서만 최근 2년 사이 건강검진을 통해 대장암 환자가 3명이나 발견됐다”며 “잦은 회식과 흡연, 스트레스가 대장암의 원인이라는 의사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고 말했다.

이런 대장암의 급속한 증가는 육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과 부족한 운동, 과다한 음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부분의 원인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또한 흡연과 스트레스도 대장암 증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30일 경기 화성시 석우동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열린 ‘제9회 한림―컬럼비아―코넬―NYP 심포지엄’을 통해 알프레드 뉴거트 컬럼비아대 의과대학 종양내과 교수와 이봉화 한림대성심병원 외과 교수, 김병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외과 교수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세 교수는 수술과 방사선 시술, 항암화학요법 등을 통해 대장암 극복의 답을 구하고 있다.

이들과의 문답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에 대한 최신 치료기법을 들어본다.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왜 늘고 있나.

이봉화: 대장암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역학조사 결과,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나 포화지방이 많은 육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그로 인한 비만이 대장암 발병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 한국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신체 활동량도 많았기 때문에 대장암 발병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생활패턴이 서구화됨에 따라서 대장암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50대 전후의 직장인 남성은 거의 모든 원인을 생활에서 직면하고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황이다. 현재는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미국의 발병률(10만 명당 100명)보다 낮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여서 향후에는 이들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암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는데.

김병천: 대장의 길이는 약 1m인데, 항문과 연결된 대장의 말단 15㎝가량을 ‘직장’이라 하고, 나머지를 ‘결장’이라 한다. 굳이 직장과 결장을 구분한 이유는 암세포가 이 둘 중 어디에 생기는가에 따라 증상과 치료법 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직장암 환자가 결장암 환자보다 많았다. 비율이 55:45 정도였다. 하지만 2009년도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이 비율이 45:55로 역전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직장암에 비해 결장암은 연령이 많을수록 발생빈도가 많아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앞으로 고령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결장암 환자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는 결장암 환자가 3명 중 2명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국의 경우도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결장암 환자가 미국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암과 결장암, 증상의 차이는.

김: 직장을 포함한 좌측 결장은 우측 결장에 비해 지름이 더 작다. 따라서 장 폐색(장 막힘)이 잘 일어나 혈변이나 물변 등을 보거나 변비를 앓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우측 결장의 경우는 좌측에 비해 장의 지름이 커 장 폐색까지 오지는 않지만 소화불량이나 빌혈 등의 증상이 오는 경우가 많다. 직장암과 결장암 모두 누적된 대변 때문에 장 천공이나 복막염이 생겨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직장암 치료 방식은.

김: 수술적 측면에서 직장암은 결장암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직장은 골반 내에 위치해 있어 마치 우물을 파는 듯한 느낌으로 수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방광과 전립선, 자궁 등의 구조물이 한데 엉켜 있어 접근이 어렵다. 이 때문에 10년 전만 해도 직장에 암이 생기면 50%는 항문 보존이 힘들다고 봤다. 최근에는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저위전방 절제술이나 복강경 등 수술 기법도 좋아져서 90% 정도 항문을 보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암 조직을 깔끔하게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뉴거트: 이런 수술적 한계 때문에 직장암 치료의 경우 수술적 절제와 함께 방사선 치료와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한다. 직장 중에서도 중·하부에 암이 생겼을 경우에 해당한다. 수술 전 방사선을 쏘여 암세포를 어느 정도 제거한 뒤 수술로 나머지 암 조직을 말끔히 제거하고, 그 후에 알약이나 주사를 통해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직장암의 국소 재발률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종양학 최고 권위지 ‘JCO’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수술전 방사선·항암화학요법을 쓰면 그러지 않을 경우보다 국소재발률(10년기준)이 5.7%포인트 감소했다.

―결장암 치료 방식은.

뉴: 결장의 경우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다. 결장 주변에는 폐와 간 등 주요 장기들이 있어 방사선 치료를 할 경우 정상세포까지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결장은 운동기능이 있어 움직이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가 불가하다. 보조 항암화학요법의 경우도 2기까지의 환자에게는 쓰지 않는다. 3기 환자 중에서도 고위험군인 20~30% 환자들에게 적용한다. 항암화학요법은 아무래도 약이 강하기 때문에 피부염이나 간 손상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려고 한다.

이: 결장암은 직장암과 비교해 수술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암 조직을 남김없이 제거할 수 있다. 따로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보조항암화학요법이란.

뉴: 항암화학요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암세포를 완전하게 제거했을 때는 수술을 보조해준다는 의미로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쓰고,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경우는 남은 암 조직을 줄여 준다는 의미에서 ‘완화’ 항암화학요법을 쓴다. 보조항암화학요법은 수술 후 재방 방지 차원에서, 완화항암화학요법은 완치불가능한 병기에 증상완화 차원에서 쓴다. 보조 항암화학요법의 경우 수술 후 8주 안에는 시행을 해야 한다. 8주가 지난 다음에 들어가는 항암치료는 소용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8주 안이면 시기가 언제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이 많다.

―항암화학요법에 쓰이는 옥살리플라틴은.

뉴: 대장암 항암화학요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쓸 수 있는 약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백금이 함유된 옥살리플라틴 계열의 약품이다. 옥살리플라틴이 임상에 도입된 것이 10년이 안 됐는데 이전에 많이 썼던 항암제인 플로오로피리미딘과 함께 처방했을 때 생존율을 7%가량 더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문제는 손, 발이 시리는 등의 신경병증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경병증이 발생하면 신경병증 치료제나 칼슘과 마그네슘을 함께 처방해주기도 하지만 큰 효과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옥살리플라틴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러면 치료효과가 3분의 2로 줄어든다. 옥살리플라틴은 부작용은 있지만 치료효과가 좋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약물이기에 용량을 잘 조절해서 부작용 없이 처방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장암 예방법은.

이: 자주 검진을 받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50대부터는 대변에 혈액이 섞여 있는가를 진단하는 대변 잠혈 반응검사를 가능한 한 매년 받도록 해야 한다. 대변 잠혈 반응에서 양성이면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대장 이중 조영검사를 추가로 받아 대장암의 유무를 살펴야 한다. 특히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대장용종으로 치료받은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50세 이전이라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면 대장암 조기발견은 물론 용종 제거도 가능해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용종은 점막이 융기된 모양으로 대부분 종양으로 발전하지 않지만 용종이 크거나 조직학적으로 선종(암 전 단계) 혹은 융모종 부분을 포함할 때는 암(악성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용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 대장암의 8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