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월 1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성균관대 산학협력센터 내 제이디사운드 사무실에서 김희찬(왼쪽)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포터블 디제잉 기기 ‘PDJ’를 시연해 보며 밝게 웃고 있다. 수원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가가강나∼∼∼암 스타이∼일.”

지난 10월 1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성균관대 산학협력센터 4층에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가수 싸이는 클럽 리믹스 앨범을 따로 내놓지 않았는데, 이날 들린 노래는 ‘강남스타일’의 제대로 된 리믹스 버전이다. 한낮 클럽도 아닌, 산학협력센터에서 누가 신나게 디제잉(DJing·음원 재조합과 선곡 등에 창의성을 갖춘 DJ가 벌이는 예술 행위)을 하는 걸까.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을 따라 찾아가니 헤드셋을 낀 김희찬(37) 제이디사운드 대표가 신나게 몸을 흔들며 강남스타일을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디제잉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 온갖 기계적인 사운드가 믹싱돼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그의 손놀림에 강남스타일은 길게 늘어졌다가 다시 속도를 내고, 단음으로 툭툭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김희찬 스타일’이 됐다.

그의 손끝에서 강남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믹싱하고 있는 것은 두툼한 30㎝ 자나 필통만 한 크기의 전자기기였다. 바로 제이디사운드가 개발한 이동식 디제잉 장비 PDJ(Portable Djing Machine)였다. 클럽에서 거대한 스피커, 대형 디제잉 머신이 만들어 내는 모든 효과음을 작은 PDJ가 해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김 대표가 전문적인 DJ여서 이렇게 멋진 강남스타일을 만드는 걸까. 김 대표는 “음악에는 문외한에 가까웠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디제잉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어요. 물론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요”라고 했다.

그는 공학도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평범한 30대다. 그런 그가 만들어 내는 클럽 음악은 지금 당장 클럽에 가서도 모두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능숙했다.

김 대표는 “저처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간단하게 디제잉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만들어진 게 PDJ”라고 소개했다. PDJ는 10월 말 국내 출시됐다. 11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출시된다.

10월 13∼16일 열린 홍콩 추계 전자전에서 PDJ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뜨거웠다고 한다. 그는 홍콩 전자전에서 만난 각국 바이어들의 명함을 내보였다. 유럽, 남미, 미국, 인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유통을 하겠다며 제안해 온 사람들의 명함이 지역별로 10∼20개씩이나 됐다. 특히 이번 전자전에서 제이디사운드의 PDJ는 수천 개 참가 업체 가운데 ‘흥미로운 제품’ 11개 중 하나로 선정돼 글로벌 미디어 미팅을 하기도 했다.

PDJ는 어떻게 탄생됐을까. 원래 김 대표는 일본계 전자회사 등에서 상품기획 마케팅을 담당했다. 새로운 전자기기를 구상해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김 대표는 “2009∼2010년쯤 휴대하고 다니며 파티를 즐길 수 있고, 나만의 클럽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제품을 구상했죠”라고 했다. 아이디어를 들고 대기업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흥미를 보이면서도 수익성에 대해서는 모두 주춤거렸다. 무시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확신이 생기면 포기하지 말자”는 그의 신조가 발동됐다. 아예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2011년 2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신청하고 시제품 개발비 1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렇게 만든 시제품을 들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했다. 김 대표는 “당시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와 제품을 조작해 보고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세계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는 확신을 했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벤처로서의 도전 정신은 남달랐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스로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행사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회사 부스에서 디제잉을 선보였다. “다른 업체의 높은 분들은 자기 부스에 계시잖아요. 투자를 받기 위해서나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나 찾아가는 게 훨씬 좋다고 판단했죠. PDJ의 특징은 또 휴대가 간편하고 이동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김 대표는 남미, 북미, 유럽, 인도네시아 등 파티 문화가 발달한 곳이면 PDJ의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케이팝(K-POP) 열풍이 불고 있는 남미를 우선 집중적으로 공략할 생각이다.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는 2013년 매출 목표는 300억 원. 김 대표는 “내년에 모두 20∼30개국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에요. 한 나라마다 월 500대 정도 판매되면 전 세계에서 1만 개 정도 판매되는데 그럼 연간 매출액은 300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제이디사운드는 여느 벤처와 마찬가지로, 기술력으로 승부한 케이스다. 시제품 개발 때는 밤샘을 밥 먹듯했다. 음원을 분석하는 독창적 기술력을 인정받아 2건의 특허를 얻었고, 8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앞으로 무선 디제잉 장비에 이어 전문가들을 위한 휴대용 디제잉 장비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의 연관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순발력이 있다는 벤처 특유의 장점 탓일까. 첫 제품이 아직 출시되기도 전이지만, 제이디사운드 관계자들은 이날 경기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들과 다음 신제품 디자인 회의를 열었다. 김 대표는 “첫 제품 개발에서 출시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내년 전자전시회에서 또 다른 획기적인 신제품을 선보이려면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죠”라면서 웃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수원 =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