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화순군 화순읍 일심리 화순전남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 시술실에서 정신(가운데) 감마나이프센터장이 시술기기인 감마나이프 ‘퍼펙션’에 머리를 고정하고 누워 있는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뇌는 우리 몸의 ‘컨트롤타워’다.

성인 평균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5㎏)에 불과하지만 운동과 언어, 기억 등 거의 모든 신체 기능을 전담하고 있어 가벼운 손상에도 운동 마비나 실어증 같은 즉각적인 신체 기능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뇌나 뇌척수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종괴’인 뇌종양은 그래서 위험하다. 뇌 이외의 신체 부위에 생기는 양성종양은 크기가 크지 않을 경우 떼어내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지만 뇌종양은 양성과 악성을 가리지 않고 뇌의 일정 부위를 압박해 기능 장애를 야기한다.

가령 시신경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시력과 시야가 저하되고 측두엽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청각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뇌는 두개골 안쪽 한정된 공간에 자리하기 때문에 종양이 커지면서 뇌압이 올라가 심한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며 결국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뇌종양은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종양을 개두술을 통해 직접 제거하는 방식을 썼다. 이는 비교적 확실하게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두술은 머리를 열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종양이 중요 기능을 하는 뇌 부위에 위치할 경우 이를 무리하게 제거하려다 언어장애 또는 시력과 청력을 잃는 편마비 등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방사선을 이용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여러 가지 방사선 치료법도 나왔지만 종양 세포와 동일하게 뇌에도 방사선이 영향을 끼쳐 정상 뇌세포가 괴멸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었다.

감마나이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뇌종양 맞춤 수술이다. 방사선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 방사선 항암 치료와 동일하지만 로봇을 통해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코발트 60)을 수천 개로 분산 투과해 뇌세포의 손상 없이 종양을 집중 공격하는 첨단 방식이다. 외과적 수술칼을 사용하는 개두술을 할 필요가 없고 수술 중 통증도 없지만 종양 제거 성공률이 90%가 넘는 등 효과가 탁월해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4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일심리에 화순전남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를 찾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군 단위에 위치한 대학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은 근접 지역 환자가 많지 않은 지리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뇌종양 분야에서 수도권과 비견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의 이러한 선전은 감마나이프 같은 첨단 시술 방식을 빠르게 도입하는 등 수도권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국내 최초로 뇌종양 전문 클리닉을 개소했고, 감마나이프 시술 최신 기종인 ‘퍼펙션’과 수술계획 장치를 아시아권에서 두 번째로 도입하는 등 뇌종양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를 이끌고 있는 정신 신경외과 교수는 현재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학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꾸준히 학회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날 만난 정 교수는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며 감마나이프 수술을 위한 계획을 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정 교수는 환자의 뇌종양 위치와 크기를 3차원으로 입체화한 후 컴퓨터 장비를 이용해 구도화(플래닝)를 시작했다. 그는 “감마나이프 기기는 한 번에 192개의 감마선이 나오는데 그 굵기와 방출 횟수, 좌표 등을 조절하고 있다”며 “감마나이프의 장점은 로봇이 이렇게 입력한 플래닝 값을 읽고 감마선을 0.1㎜의 오차도 없이 뇌종양에만 집중 투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 계획을 짠 후 정 교수는 환자의 머리를 감마나이프 본체의 틀에 고정시킨 후 본격적인 시술에 들어갔다. 정 교수는 “환자의 뇌에 3㎝ 정도의 종양이 있어 약 2분 간격으로 26번의 감마선을 쐬도록 수술 계획을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환자에게 쏜 방사선량은 12gy(그레이)인데 만약 이것이 한 방향으로 뇌종양에 가게 된다면 방사선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정상 뇌세포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감마나이프는 이 방사선량이 마치 돋보기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4992(192×26)개로 나뉘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 뇌종양에 닿기 때문에 정상 뇌의 손상이 거의 없다”고 시술 원리를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렇게 감마선을 쐰 환자의 뇌종양은 앞으로 2년여간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6월 문을 연 화순전남대병원 감마나이프센터는 이 같은 감마나이프 시술을 벌써 2000례 넘게 진행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최초, 국내에서는 5번째다. 뇌종양 등 중증질환의 경우 환자들의 수도권 병원 선호 현상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국내에서 한 해 5000여 명의 뇌종양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이른바 ‘빅4’라고 불리는 서울의 대형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남북 지역의 경우 환자의 80%가량이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환자의 수도권 쏠림은 오래된 현상”이라면서도 “지방에 위치한 병원도 전문화·특성화를 통해 성장시키고 또 그만큼 시술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경쟁력 있는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순 =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