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도시 라퀼라 법원이 지난 2009년 4월 발생한 규모 6.3 지진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주민 308명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과학자 등 7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코리에르델라세라, 라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들은 22일 라퀼라 법원이 다중살인혐의로 기소된 국립대재난위원회(GRC) 소속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해 6년형을 선고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검찰 측인 4년형을 구형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4시간 넘게 논의한 끝에 예상보다도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변호인단은 곧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사법체계상 한 차례 이상 항소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유죄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형이 당장 집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 측은 라퀼라 대지진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부터 예진 현상이 꾸준히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의 전문가들이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과 시점을 예보하지 않아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지난해 9월 7명을 기소해 1년 넘게 재판을 벌여 왔다.

그러나 유죄 판결에 대해 당사자들은 물론, 전 세계 과학계는 “과학은 지진을 예고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