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모옌(莫言·57·사진)은 중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로 꼽힌다.

대산문화재단이 지난 2005년 5월 개최한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모옌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견해로는 고구려의 원 문화는 한국의 문화가 분명하다”면서 “(고구려사를 둘러싼) 문제가 커진다면 한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것이 내 개인적 생각”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국기자들이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한·중 간 외교분쟁이나 문화적 갈등이 야기된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 발언으로 모옌은 중국에서 상당히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옌이 체제 비판이나 사회문제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 같은 소신발언은 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모옌은 스스로 “내 이름을 영어로 표현하면 입을 다물라는 뜻의 ‘셧업’”이라고 밝힌 적도 있지만 필요할 때면 분명히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면모를 갖고 있기도 한 것이다.

지난해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으로 더욱 한국과 친숙해진 모옌은 당시 “한국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문학 창작이 활발한 한국은 예술적 소양이 매우 높은 나라”라고 친밀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7년 전북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2008년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중국 대표작가로 참여하는 등 그의 한국 방문은 여러 차례 이어졌다.

모옌의 내한 시 가장 접촉이 잦은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모옌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털털한 외모를 가졌지만 사고가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라면서 “모옌은 특히 한국을 좋아해 부인과 함께 관광을 오는가 하면 황석영 작가와 나, 모옌 셋이서 의형제를 맺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모옌의 노벨상 수상에 중국 대륙은 흥분과 기쁨에 넘쳤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12일 ‘모옌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라는 글을 통해 “중국 작가들은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며 “굴원과 두보의 문명국에서 오늘에서야 비로소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벨 문학상의 수상은 새로운 출발”이라며 “중국의 수상자가 모옌 한 명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캉 상하이(上海) 자오퉁(交通)대 인문예술연구원 원장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모옌의 수상은 모옌이 중국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해 눈길을 끌었다. 류 원장은 모옌의 수상은 “첫째 노벨 문학상의 서구중심주의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것, 둘째 모옌의 작품이 노벨 문학상이 중시하는 인간적 삶의 변화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번 기자,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