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EX) 알뜰주유소가 농협(NH) 알뜰주유소, 자영 알뜰주유소에 비해 경유값을 크게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목표로 출범시켜 세금을 지원하고 있는 알뜰주유소가 주유소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고속도로 운송 차량을 상대로, 경유 가격을 지나치게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상훈(새누리당) 의원이 EX 알뜰주유소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난 3월 첫째주부터 9월 셋째주까지 29주간 전국 762개 알뜰주유소의 가격을 운영주체별로 분석한 현황에 따르면, EX 알뜰주유소는 NH·자영 알뜰주유소에 비해 경유 가격을 ℓ당 최대 17.21원 인상했다. 29주간 NH 알뜰주유소의 경유값은 ℓ당 5.76원 내렸고 자영 알뜰주유소도 ℓ당 1.05원 하락했으나, EX 알뜰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ℓ당 평균 11.45원 올랐다. EX 알뜰주유소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169곳의 89.8%(150곳)를 점유하고 있으며, 한국도로공사는 연말까지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 알뜰주유소는 알뜰주유소 가운데 주간 최고가격을 기록한 횟수도 가장 많았다. EX 알뜰주유소는 29주간 휘발유는 16회, 경유는 19회 등 주간 평균가격이 가장 비쌌다. 자영 알뜰주유소는 한 차례도 주간 최고기록을 올린 적이 없었고, NH 알뜰주유소는 휘발유 13회, 경유 10회였다.

김 의원은 “정부가 조건이 다른 주유소와 비교하면서 위안을 삼을 게 아니라 같은 조건에 있는 알뜰주유소 간 가격 변동 추이를 비교해 경쟁을 붙여야 가격 인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저장 탱크 용량이 크지 않은 관계로 재고 회전율이 높아 국제유가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편”이라며 “국제유가에 따라 가격이 높을 때도 있었지만 떨어질 때는 많이 떨어졌다”고 해명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