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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거에서 오랫동안 ‘상수’로 존재해온 지역갈등이 이번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영향력을 잃고 있는 반면, 세대갈등이 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른바 ‘2030’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은 같은 나라 사람이 맞느냐는 의문을 가질 만큼 극단적인 정치적 선호도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세대갈등은 지역갈등의 퇴조현상 탓에 더욱 부각되는 측면도 강하다.

지난 8∼10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대선 양자구도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도가 39%였던 반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30대에서는 박 후보 33%, 안 후보 61%의 지지도가 나왔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74%라는 절대적 지지도를 나타냈고, 안 후보 지지도는 16%에 불과했다.

박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후보간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30대의 박 후보 지지도가 35%인 반면, 문 후보 지지도는 61%에 달했다. 그러나 60대 이상에서는 박 후보 76%, 문 후보 16%로 박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지난 5∼6일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같은 추세가 나타났다. 20, 30대에서 모두 문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50%를 넘는 지지도를 기록했고, 박 후보 지지도는 30%대에 그쳤다. 안 후보는 20, 30대에서 60%를 넘는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상대가 문 후보든, 안 후보든 박 후보가 60%대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20%대에 그쳤다. 9월29일∼10월1일 아산정책연구원-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치들이 나왔다. 정당 지지도 역시 2030 세대에서는 민주당이, 60대 이상에서는 새누리당이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에 따른 이념성향 차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세대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2030 세대의 경우 한때 ‘20대의 보수화’란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진보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20대의 경우 대학등록금과 취업, 30대는 결혼, 보육 등 생활의 어려움으로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이 커졌는데, 현 정권이 보수정권이다보니 이것이 보수진영에 대한 불만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이 같은 흐름이 쉽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갈등의 퇴조는 세대갈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강원택(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이제 지역갈등은 전통적 영·호남 갈등보다 오히려 수도권·지방 갈등이 더 크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야당 후보 지지도가 40%를 넘는 등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대갈등 심화가 대선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여부는 투표율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윤 실장은 “고령층은 원래 항상 투표참여도가 높다”며 “관건은 2030 세대의 투표율인데, 2010년 지방선거와 이후 재·보궐선거,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을 통해 ‘투표참여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바 있어 투표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2030 세대, 특히 20대의 투표율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