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부터의 자유 /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담은 다양한 책들이 봇물처럼 출간돼 나왔고 또 나오고 있다. 과학적 사실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들여다보는 저작물이 유행처럼 출간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뇌과학은 근래 들어 눈부신 학문적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성과에 과장된 해석이 덧붙으면 자칫 ‘과학으로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결론이 확대되고 만다.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전달 물질이나 전기적 신호가 인간의 모든 정신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이른바 ‘뇌결정론’이다.

세계적인 뇌신경학자가 쓴 이 책은 심리학과 윤리학, 인류학, 물리학을 넘나들면서 이런 뇌결정론을 비판한다. 저자는 ‘우리는 사람이지 뇌가 아니다’라며 자유의지의 책임은 개인의 뇌 하나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발현되는 가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모든 과학을 둘러싼 결정론적 관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래서 우리가 우리보다 더 큰 우주의 물리적으로 결정된 힘을 위한 수단으로 각각의 인간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같은 하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그 본질은 수직적인 장치가 아니라 수평적인 여러 가지 모듈과 그 모듈에 따라야 하는 규칙 안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컨대 자동차 바퀴만 연구해서는 교통상황을 알 수 없고, 새의 깃털 하나를 세밀하게 들여다 본다고 나는 법을 알 수는 없는 일이란 얘기다.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정신장애에 따른 무죄항변’을 다룬 대목이다. 범죄를 일으킨 자가 정신장애나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다면 이성적으로 심각한 결함에 의한 것이니만큼 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맥 노튼 룰’. 저자는 여기에 대해 질문을 쏟아낸다. 가령 뇌의 어떤 부분이 자유의지 행위에 관여하는지를 알아내고 그 부분이 손상됐음을 확인해 주는 뇌촬영 영상을 몇장 보여주고 살인자가 이번 사건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에 언젠가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뇌의 특정 영역의 활동 때문에 생각이나 행동이 나타난 것이라고 100%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뇌에는 책임을 관장하는 영역이나 망이 없으며, 책임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사회계약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실제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더라도 마약문제로 체포되는 일은 많지만, 공격적인 행동으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피의자가 정신질환이란 이유로 이들을 부적절하게 석방시키는 결과는 나아가 정신분열증이 있는 사람을 ‘범죄를 저지르기도 전에’ 모조리 가두는 실리주의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