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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프런트(전면) 디자인을 갖춘 차량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차량의 얼굴 역할을 하는 전면 디자인은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또 브랜드 철학을 반영하면서 다른 업체와 차별된 이미지를 창조하는 핵심요소이다.

최근 들어 언제, 어디서나 한눈에 같은 브랜드 차량임을 알 수 있는 ‘패밀리 룩’ 디자인이 강조되면서 보다 강렬하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전면 디자인을 창출하기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고급 럭셔리 세단의 전면부를 로드스터(2인승 컨버터블)나 스포츠카처럼 이전보다 길게 만들고, 헤드램프에 제논 라이트나 발광다이오드(LED) 포지션 램프를 설치하는 것도 차량의 카리스마를 높이기 위한 장치들이다.

전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정중앙에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기아자동차의 K9은 강인한 한국 호랑이를 상징하는 ‘호랑이 코 그릴’을 장착하고 있다. K9을 설계한 세계 3대 차량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위엄과 품격, 파워를 갖춘 남성적인 매력이 넘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호랑이 코 그릴은 K3, K5, K7 등 기아차 K시리즈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아차에 새로운 디자인 유전자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MW의 모든 차량은 전면에 2개의 콩팥(kidney) 모양을 닮은 ‘키드니 그릴’을 달고 있다. 지난 1931년 2인승 로드스터에 처음 도입된 키드니 그릴은 BMW의 디자인을 대표하며 기술과 전통의 상징물이 됐다. BMW는 최신 모델에 키드니 그릴의 세로 막대 숫자를 12개에서 9개로 줄여 이전보다 한층 대범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아우디는 상하로 구분됐던 더블 그릴을 하나로 통합한 ‘싱글 프레임 그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004년 처음 선보인 싱글 프레임은 최근 들어 더 커지고 상단 모서리에 각이 추가되면서 육각형 모습으로 바뀌었다. 최근 고광택 수직바가 설치되면서 싱글 프레임은 아우디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현대자동차도 신형 싼타페를 통해 한 단계 진보일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은 유연한 역동성을 의미하는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이다. 이 같은 철학은 베르나에서 시작돼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 아반떼, 엑센트 등으로 이어지면서 현대차 디자인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다. 현경준 현대차 디자인팀장은 “한결 고급스럽고 정제된 디자인을 신형 싼타페 그릴 등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헤드램프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벤츠는 E-Class에 기존 타원형 램프와 차별화되는 ‘4개의 눈’이라는 트윈 헤드램프를 적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최근 선보인 9세대 모델에는 4개의 눈을 재해석해 입체적인 직사각형 형태로 변모시켰다. 벤츠는 세단의 경우 세 꼭지별 엠블럼을 보닛 위에 설치해 우아함과 중후함을 나타내고, 스포츠카 등에는 그릴에 설치해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다.

헤드램프 설치 위치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폭스바겐은 선과 형태가 명확하면서도 정제된 느낌을 주기 위해 그릴과 헤드램프를 수평으로 연결하는 패밀리 룩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토요타, 아우디, 기아차 등은 그릴보다 헤드램프 위치를 높게 해 강인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토요타는 GS시리즈에 완전히 바뀐 파격적인 전면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전의 밋밋하고 점잖은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역사다리꼴 모양의 상부 그릴과 여덟 팔(八)자 모양의 하부 그릴을 연결한 ‘스핀들 그릴’ 디자인을 창조했다.

또 공기 유입구를 더 크고 넓게 만들어 입체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여기에 화살촉을 모티브로 한 LED 데이 타임 러닝 라이트(주간주행등)를 설치해 강인함을 더했다.

동물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이용되기도 한다. 아우디는 7세대 A6의 전면에 매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R8의 헤드램프는 황소의 뿔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헤드램프와 무광 블랙 컬러 그릴이 연결된 닛산 큐브의 전면 디자인은 ‘선글라스를 쓴 불독’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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