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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심리학

인간은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같은 자극이 지속되면 곧 둔감해진다. 물론 이는 인간에게 뭔가 성취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뭔가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지 않는다면 변화와 개혁, 그리고 창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 또한 존재한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다 보면 정상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자극에 탐닉하기도 한다.

음란물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인간의 욕구 자체는 정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되고 반복되면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다. 아동 포르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정상적인 자극에 대해서 일어나는 둔감화(鈍感化) 때문에 시작되지만 곧 이것에 탐닉(耽溺)하게 되고, 계속 머릿속에서 어떤 환상(fantasy)을 만들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런 환상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특히 약한 심리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계속되는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 사람, 또는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한 사람에게는 그 영향이 클 수 있다.

성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01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아동 대상 성범죄 증가율이 조사 대상 5개국인 한국·미국·독일·영국·일본 중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아동 인구 10만 명당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건수는 최근 4년 간 69%나 증가했다. 아마도 실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아동성폭력 가해자의 심리적 욕구는 여러 가지다. 아동 음란물에 대한 노출도 그 원인일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의 자료에 따르면 아동음란물 수집 행위와 아동에 대한 성범죄 간에는 강력한 연관성이 발견된다. 아동포르노를 통해 자극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환상을 실행에 옮기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아동 포르노물 범람은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이 필연적으로 치러야 할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동영상을 찾겠다는 생각 없이도 개인 간 파일 공유(P2P) 방식으로 범람하는 음란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운 받을 수 있는 음란물들…. 이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과 사회 부적응 성인들을 자극하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불안의 주요소가 돼 가고 있다. 이제라도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미 2007년부터 아동포르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상 아동포르노의 경우도 잠재적인 범죄 유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실제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포르노에 준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아동포르노의 제작 및 유통 과정은 그 아동에 대한 명백한 성적(性的) 학대다. 따라서 범죄자에 대한 양형(量刑)도 아동포르노에 대한 제작 및 유통행위가 아동에게 미칠 해악(害惡)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또한 인터넷상 아동포르노 근절을 위한 시민신고제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현 청소년성보호법은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아동포르노물의 소지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포르노물이 아동 성학대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순 소지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

물론 법 이전에 윤리 기준이 통용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려운 지금, 그저 두고 보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나 흉흉해졌다. 집안에서조차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면, 어디에선들 안심하고 숨 돌릴 수 있겠는가? 미래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을 이제 강력한 법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