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프리지대 교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이 나돌면서 박 캠프 내에 미묘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 이론 개발의 좌장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하준 교수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반응은 자신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관계마저 걷어차고 새누리당에 발을 들이면서까지 이뤄온 경제민주화의 주도권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스펙의 장 교수가 새누리당에 들어오면 개혁적 내용의 대선 정책과 공약 개발의 주도권을 놓고 김 위원장과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난 그 사람(장 교수)이 요즘 말하고 다니는 거 보면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장 교수를 두 번 만났다는) 홍사덕이 데려다 어디에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하며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왜 이런 예민한 반응까지 보이는 걸까. 그건 장 교수의 스펙이 말해준다. 장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진보 경제학자다. 아버지는 민주당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낸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다. 장 교수는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이론인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을 구체화한 인물이기도 하다.

장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뮈르달상과 레온티예프상 등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대표작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세계화’와 ‘개방’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조류에 대한 반박논리를 제공하면서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에 앞서 홍사덕 전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은 지난 4월에 이어 최근 장 교수를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진보 성향 그룹이 있는데, 그 중 장 교수가 가장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박 캠프 관계자도 “장 교수가 민주통합당보다 박근혜 후보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방향과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 체류 중인 장 교수는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인 오는 20일쯤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김 위원장의 불편한 기색 속에 새누리당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