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분양시장이 길고 지루한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는 걸까요. 가을 분양시장의 최대 바로미터 역할을 하게 될 경기 화성의 동탄2신도시 첫 청약신청을 받은 결과 1순위에서 평균 청약경쟁률 2대1을 기록했습니다. 1순위에서 이 같은 기록은 근래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보기드문 경쟁률이지요. 그동안 대부분의 지역 분양에서는 2, 3순위는 물론 4순위에서도 미달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주택분양업계에서 동탄2신도시 첫 청약 결과를 두고 ‘장기불황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하면서 분양시장이 살아날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 계약률이 나와 봐야겠지만 ‘동탄발 청약 열풍’은 불지 않더라도 미분양이 양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요.

하지만 동탄2신도시는 수도권 다른 지역과는 달리 특수한(?) 경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남부권 경부고속도로가 직통으로 연결되는 요지인데다 산업단지로 둘러싸여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내집마련 수요가 많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장기 미분양에 지친 건설사들이 분양가격도 많이 합리화시킨 데다 1기 신도시 못지않은 입지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동탄2신도시는 경기 분당(2000만㎡)보다 큰 수도권 최대 신도시로 교통, 교육 등 입지여건이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분양가도 3.3㎡당 1050만 원가량이어서 인근 동탄1신도시나 용인 공세지구 최초 분양가보다 많이 낮았습니다. 이런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청약률이 좋게 나왔다는 것이지요.

주택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탄2신도시의 높은 청약률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주택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단기적으로 집값이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특히 내집 마련 수요자인 무주택 전세입자들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수요자들이 집값 상승 시기로 가장 많이 꼽은 때가 2013년 후반기입니다.

대내외 경기 회복이라는 거대변수를 제외한다면 주택시장 정상화 길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함께 기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처방입니다. 최근 4년동안 주택 거래가 실종된 원인을 파악해 매매거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들을 철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주택에 관한한 투기성 매매가 아니라면 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을 과감하게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하고, 중대형 면적 아파트라면 누구나 집을 살 수 있도록 청약 조건을 없애라는 것입니다. 이밖에 정부와 건설사도 공급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는 등 신축성있게 운영하고, 여전히 공급과잉 현상을 겪고 있는 수도권 2기 신도시에 대한 처방도 주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동탄2신도시발 주택청약 바람이 이어지려면 정책당국과 공급자인 건설사들의 지혜가 합쳐져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