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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출판기념회나 학술회의, 각종 전시의 개막식, 공연 등 주요한 문화행사에 갈 때마다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이 있다. ‘문화계의 대부(代父)’ 또는 ‘문화계의 마당발’로 불리는 김종규(73·얼굴)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바로 그다.

서울과 지방 가릴 것 없이 하루에 최소 서너 차례 이상 각종 문화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하는 그를 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가 지난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제2대 이사장으로 추대된 것도 이처럼 문화계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친화력과 타고난 부지런함을 인정받아서였다.

‘국민이 믿고 맡긴다’는 뜻의 국민신탁(國民信託)은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민간차원의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 영구 보전활동’인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를 우리말로 옮긴 것.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출범했지만 초창기 2년 동안 회원수 300명을 넘기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09년 구원투수로 나선 김 이사장은 불과 3년만에 매달 소액(1만 원·3000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수를 3200명으로 늘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매입과 위탁을 받아 관리하는 재산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시인 이상 옛집 터와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옛 보성여관 등 7개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지난 21일에는 문화재청을 대신해 미국 워싱턴DC에 남아있던 대한제국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 매입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 매각됐던 건물을 102년만에 되찾는 역사적 과업의 중심에 선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번 매입이 문화유산국민신탁 운동의 이정표를 세운 일”이라며 “앞으로 해외 우리 문화유산 보전은 물론, 무형 문화유산 보전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제3대 이사장 임기(3년)를 새로 시작한 그의 당초 목표인 10만 회원 확보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