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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지식트리

식품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관심은 지대하기 그지없다. 얼핏 떠오르는 사례만 열거하더라도 그 리스트는 줄을 잇는다. O157과 광우병 파문 등으로 인한 쇠고기 의심, 콜레스테롤 과다섭취에 대한 우려, 비타민 제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소금 섭취량에 대한 과도한 걱정 등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차고넘친다.

그렇다면 이처럼 식품에 대해 숱한 학설과 진단이 난무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또 이 같은 판단과 우려는 과연 타당한 것일까.

이 책은 먹거리에 대해 현대인이 갖고 있는 과도한 우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흘러왔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 간단하게 말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는 말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라”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현대사에서 먹거리와 관련해 벌어진 숱한 논쟁과 각종 주장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의 역사’가 현대 산업사회가 정착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직접 경작하거나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던 먹거리가 산업화의 진척과 함께 대량 생산과 유통을 통해 이뤄지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이제 음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져 식탁 위에 오르게 됐으며, 그 안전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온갖 의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게 됐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현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식품의 건강 유익성에 대한 주장들은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뒤집혀 왔다. 저자에 따르면 “한때 현대 과학의 승자로 추앙받던 화학적 식품 첨가물은 독약으로 그 위치가 강등됐고, ‘기적의 식품’이던 우유는 ‘일급 살인마’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며, 생명 연장의 묘약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요구르트는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그뿐이 아니다. “건강에 좋다던 가공식품은 알고 보니 영양소라고는 하나도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했고, 미국 식탁의 자부심이던 최상급 쇠고기는 심혈관 병동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저승사자임이 밝혀졌으며, ‘건강한 심장’의 보증 수표를 자부하던 마가린은 동맥 경화의 주범으로 몰렸고,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여겨졌던 소금이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로 지목됐다.”

이 책에는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근거없는 주장으로 밝혀진 수많은 과학적 발표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휘청거렸으며, 때로는 죄의식까지 느껴야 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식품 공포’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가장 먼저 할 일은 식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발표될 때 ‘누가 이익을 얻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결부돼 있다. 우선,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식품 공포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식품업체들이다. 또한 자신들의 역할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문가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최종 결론은? “즐겁게 먹고 다른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은 건강에도 좋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