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이 8월 한파에 떨고 있다. 경기침체와 완성차 노조 파업, 여름휴가 등 ‘3중고’가 겹치면서 8월 판매량이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은 대리점별로 8월 판매 목표량을 당초보다 20~30%가량 줄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완성차 업체 노조의 파업 등으로 생산물량이 부족해 심각한 수급 불균형 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잘 판매되는 차량은 대기기간이 2개월 이상 될 정도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시내 현대차 한 대리점은 22일 현재 8월 판매 목표량의 40%밖에 판매를 하지 못했다. 이 대리점 관계자는 “여름휴가가 낀 8월은 연중 판매량이 가장 적은 달이지만 올해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당초 60여 대가량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50대를 넘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파업으로 잘나가던 신형 싼타페와 아반떼, 쏘나타 공급이 줄어들어 판매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싼타페는 1~2개월, 1t트럭은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한 관계자도 “아예 8월 판매량을 당초 목표치보다 20%가량 줄였다”며 “그렇지만 이마저도 월말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등은 노조의 파업으로 각각 1만 대 이상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업체들은 모델에 따라 최대 200만 원 이상의 가격 할인과 태블릿 PC 무료 제공 등 파격적인 판매 촉진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은 심리를 녹여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가 감소될 정도로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1년 8월 각각 5만1322대, 4만9362대를 팔았지만 올해는 그 수준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런던올림픽과 같은 이벤트 행사가 열리면 판매가 줄고 폭염, 폭우 등 날씨 변수도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올 8월은 이 같은 악조건이 모두 겹쳤다”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