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발명가와 이웃집 여인 간에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 코미디극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7일부터 9월2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이웃집 발명가’(사진)다. 현대판 우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연극은 괴짜 발명가와 평범한 이웃들 간에 메울 수 없는, 사고와 행동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발명’이라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에 대해 우리가 평소 어떻게 여겨 왔는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연극의 주인공인 발명가 공동식은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에게 발명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근거다. 그의 곁에는 애완견 블랙뿐이다. 개의 언어를 사람 말로 번역해 주는 장치를 후두에 장착한 블랙은 다른 개들과 달리 말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식의 발명품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유일한 존재다.

어느 날 공동식은 빛을 잡아먹는 전구인 ‘어둠’을 만들어 낸다. 전구를 켜면 주위의 모든 빛을 흡수해 순식간에 사방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공동식은 이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자랑하고 싶어 이웃 주민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초대에 응한 이웃 주민은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로즈밀러뿐이다. 그녀는 공동식의 발명품에 대해 감탄은커녕 인정도 하지 않는다.

로즈밀러는 수시로 공동식의 집에 드나들면서 물질 소멸기, 물질 합성기, 타임머신 등 공동식의 발명품을 하나씩 폐기처분해 버린다. 그리고 급기야 공동식을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인 블랙마저도 나무라며, 평범한 개로 살라고 강요한다. 발명품을 모두 잃은 공동식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혼란에 빠지고, 결국 로즈밀러의 남편이 돼 옷걸이를 구부리는 정도의 일상적인 일에 자신의 재능을 쓰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애완견 블랙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연극은 결국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기준과 가치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공동식이 로즈밀러라는 일반적인 잣대를 가진 여인에 의해 평범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역시 이처럼 예외적인 사고체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우근 작, 김제훈 연출. 이항나·이도엽·홍준선·김기훈 등 출연. 02-733-5004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