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코란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사형 위기에 처한 기독교인 소녀로 인해 종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AFP통신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에 걸린 11세 기독교 신자 소녀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인근에서 코란(이슬람 경전)을 불태웠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경찰에 체포됐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소녀는 불을 피우기 위해 쓰레기들을 태웠고, 이 중 코란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 말씀을 담은 코란을 훼손하는 것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에 해당돼 최고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소녀에 대한 처벌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한 기독교 비정부기구(NGO)는 이 사건을 웹사이트에 공개해 외부로 알렸고, 이에 따라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기독교 인권활동가들은 이슬람의 신성모독죄가 너무 작은 일들에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부관계자도 “장애를 가진 소녀가 의도적으로 코란을 훼손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무슬림들은 소녀의 행위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기독교 마을을 불태우겠다는 위협을 가해 기독교 마을 주민 중 600여 명이 현재 피란을 간 상태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는 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이 제정한 뒤 수십 명이 사형선고를 받는 등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법 개정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에는 살만 타시르 펀자브 주지사가 신성모독죄 폐지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경호원에게 살해되기도 했다. 게다가 신성모독죄에 대한 처벌은 법적 절차가 아닌 무슬림들에 의한 폭력적인 보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월에도 코란을 훼손해 신성모독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남성이 납치돼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옥외 스피커를 통해 이 남성을 직접 처벌하자는 방송이 나왔고, 수천 명의 무슬림들이 이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