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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 / 문국진 지음 / 글로세움

지난해 방송된 ‘싸인’이라는 드라마는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소재로 다뤄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 속 법의학자들은 사체가 죽음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일념으로 진실을 파헤친다.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법의학 불모지’다. 저자는 이런 환경에서 평생을 법의학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지능형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며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사후관리’를 보호하는 법의학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많은 한계에 부딪혔던 저자는 우리나라 검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검시 주체가 검사, 경찰관, 법원 등으로 나눠져 있어 신속 정확한 사인 규명이 어렵다는 점, 법의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문적인 법의학자 양성에 구멍이 있다는 점 등을 꼬집는다.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딱딱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곳곳에 자신이 경험한 실제 사례를 담았다. 살인 혐의를 받다가 뒤늦은 부검을 통해 누명을 벗는 여성, 심장마비로 사인을 위장, 노인들을 살해한 남성 등 수사물 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재미를 더한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