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소형 원자로가 전력을 공급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현재 개발 중인 소형 지하 원자로는 안전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30년 동안 1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 8000가구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지식갤러리 제공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책 /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저, 유윤한 외 옮김 / 지식갤러리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인류는 거의 문맹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에 100달러도 벌지 못했고 수명은 30세를 넘기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성인의 80% 이상이 문자를 읽을 줄 알고, 평균 연봉은 7000달러를 넘으며 대부분 70세까지 산다. 그렇다면 인류의 삶을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개선시킨 과학과 기술 발전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책에 따르면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자연의 물리적인 현상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 원리를 알아내려 했다. 중력과 자기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혈액이 어떻게 온몸을 순환하는지, 행성들이 어떻게 태양 주위를 도는지 등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고, 오래된 책이 아닌 자연이나 실험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알아냈다.

갈릴레오, 길버트, 하비, 뉴턴과 같은 선구자들의 독창적이고 놀라운 생각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인류의 통찰에 기반을 두고 발견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갈릴레오는 이런 과정을 ‘자연이란 책’을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타인의 숨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길 원했던 것이다.

이 책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책’(원제 The Big Idea)은 인류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과학 기술 24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갈릴레오가 ‘자연이란 책’이라고 부른 것들을 재연해낸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교육 기구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가 선정하고 펴낸 책이라 권위와 무게가 느껴진다. 책은 과학 기술 분야의 24가지 ‘빅 아이디어’들을 6개 분야로 나누어 소개한다.

먼저 ‘정보와 통신’ 분야에서 증강 현실,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 지능, ‘건강과 의학’분야에서 ‘재생의학’, ‘유전의학’, ‘나노의학’, ‘대유행병 통제’, ‘물리와 우주’ 분야에서는 양자중력이론, 양자정보, 소형 원자로, 지구와 닮은 행성의 발견 등이 꼽혔다. 또한 ‘화학과 물질’ 분야에서 상온 초전도성, 분자 어셈블러, 녹색 화학, 프로그램 가능 물질, ‘생물과 환경’ 분야에서 인공생물학, 후성유전학, 유전자변형생물, 지구공학, 마지막으로 ‘교통과 우주 탐험’ 분야에서 전기 차, 지능형 교통, 행성개조, 수중탐험이 ‘빅 아이디어’로 꼽혔다. 6개 분야를 바탕으로 6개의 장으로 구분했지만 각기 독립된 상태로 이뤄지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에 각 분야의 획기적인 사건과 빅 아이디어들을 오늘날부터 선사시대까지 한꺼번에 되짚어볼 수 있도록 방대한 연대표 안에 담았다.

생소하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과학이론이라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생생한 사진 자료를 곁들여 명쾌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빅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들의 일생을 업적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해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각각의 과학 기술을 백과 사전 형식으로 설명한 점은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해온 발자취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순으로 짚어본 점은 여느 책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이다. 살아온 얘기를 말할 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부터 시작해 사춘기와 유년기를 거쳐 출생 순간으로 거슬러 회상하듯, 세상을 바꾼 ‘빅 아이디어’들의 탄생 과정을 쫓아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을 하게 한다.

가령 유명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도 약 5000년 전 중국에서 발명된 주판이 ‘진화’를 거듭한 끝에 등장했다고 책은 설명한다. ‘증강 현실’같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술도 마찬가지다. 1947년 개발된 트랜지스터가 그 ‘뿌리’라고 책은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과학과 기술 분야의 혁신들은 빅 아이디어와 실험 및 관찰, 앞선 성과물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유도 전동기, 전기의 발전과 저장 시스템, 제련기술, 바퀴의 발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전기자동차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펼쳐지는 ‘세상을 바꾸는 생각 여행’은 미래에 꽃필 아이디어들이 과거의 아이디어들과 하나의 맥락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