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아름(28) 씨는 최근 시댁 요리법대로 삼계탕을 조리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요리 초보였던 이 씨는 조리법을 알아보기 위해 압력밥솥 설명서를 꼼꼼히 읽던 중 ‘닭을 조리하며 나오는 기름이 증기가 나가는 구멍을 막아 솥이 폭발할 위험이 있으니 삼계탕을 조리하지 말라’는 문구를 뒤늦게 읽게 됐다. 하지만 시댁 식구나 지인 누구도 압력밥솥을 이용해 삼계탕을 만들어 먹으면서 그 위험성은 전혀 모르고 있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 씨처럼 말복(8월7일)을 앞두고 압력밥솥으로 삼계탕을 요리할 경우 자칫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일 한국소비자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압력밥솥을 밥, 찜 외에 삼계탕, 백숙, 밀가루 음식 등의 조리에 사용하면 압력밥솥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점성이 강한 삼계탕이나 식혜, 탕류, 콩류 등을 조리하면 부유물이 압력밥솥의 증기배출구를 막아 솥 내부의 압력이 점점 증가하고 이를 이기지 못한 밥솥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 중에 증기가 완전 배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뚜껑을 열다가 무거운 뚜껑이 방향을 잃고 튀어 얼굴이나 발을 다치거나 뜨거운 김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지난 2007년 3월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압력밥솥의 폭발사고가 빈발하자 압력밥솥에 대한 안전관리제도를 강화해 가전업계에 ‘안전장치가 막혔을 때도 증기가 새는 구조’로 압력밥솥을 제조토록 의무화했다. 또 밥과 찜 이외의 용도로 쓰지 않도록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문제는 이런 정부 가이드라인을 아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는 점. 여전히 편의성을 이유로 압력밥솥에 삼계탕을 조리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급적 냄비에 삼계탕을 조리해야 한다”면서 “국물과 고기가 너무 많으면 솥 안에 끓으면서 뚜껑에 고깃점과 기름이 튀어 압력 조절장치의 노즐을 막아 솥이 터질 수 있으므로 노즐을 미리 확인해 막히지 않도록 하고 재료가 솥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폭발사고의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