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만 잘못된 게 아니다. 금융권 전반의 금리 체계가 엉터리다. 23일 감사원이 밝힌 ‘금융권역별 감독실태’에 따르면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올리는 수법으로 고객을 등치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학력에 따라 대출 및 금리에 차별을 저지르는 등 온갖 부도덕한 행태가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3년간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3.25%까지 인하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온갖 명목의 가산금리 조항을 고안해내면서 약 20조 원의 부당(不當) 이익을 취한 것으로 감사원은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일반 소비자 및 기업의 추가 부담은 같은 기간 은행 전체의 이자수익 가운데 약 9.9%나 된다. 가계 및 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혜택이 고스란히 은행들의 뒷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학력에 따라 개인신용 대출을 차별한 신한은행의 영업 행태는 사회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 은행은 대출금리를 매길 때 석·박사 학위자에게는 54점을 부여하면서 고졸 이하 학력자에게는 4분의 1 수준인 13점만을 줬다. 금감원은 이런 신용평가 모델을 승인하고 방조하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학력 배경이 이미 급여나 직업 등을 통해 신용평점에 반영돼 있는 만큼 엄연한 ‘이중 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와는 별도로 같은날 국민은행에서는 대출기한을 조작하는 사건까지 적발됐다. 은행 직원이 서울 망우동 소재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중도금 대출계약서 원본에서 당초의 상환기한을 지우고 다른 숫자를 적어넣는 수법으로 서류를 조작했다는 고발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명백한 사문서 위조에 해당할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공신력 자체를 땅에 떨어뜨리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은행을 더 이상 ‘신용기관’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며 자축 분위기를 만끽했다. 하지만 탐욕에 눈 먼, 온갖 모럴 해저드의 결과였다면 경악을 금치못할 일이다.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금융감독 당국은 그동안 뭘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사태 파악과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은 이런 반(反)사회적 중범죄를 용납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