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계 대선 경선 후보들이 합동연설회 등 경선 일정이 ‘박근혜 후보 1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광주에서부터 시작되는 합동연설회부터 또 다른 경선 룰 갈등으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후보는 23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현행 경선 합동연설회 방식에 대해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그쪽으로 후보들을 몰고 가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험문제 내듯이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영상 상영 때문에) 실제 연설시간도 줄었다”면서 “후보들이 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임 후보는 당 경선관리위가 박 캠프 측의 준비상황에 맞춰 동영상 주제를 지정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타 후보들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박측만 받아들인 것은 (박측이) 합동토론회용 동영상을 미리 준비했거나, 아니면 어마어마한 준비 인력을 갖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문수 후보 측도 합동연설회가 후보 검증은 전혀 없고 일방적인 정책 발표와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도록 돼 있는 등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10차례 치러지는 합동연설회의 1부 프로그램이 후보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경선 취지에 맞지 않고 ‘학예회’ 수준의 보여주기성 행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비박주자 측은 이런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소통하겠다는 권역별 연설회 취지를 달성할 수 없고 다섯 편의 동영상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박 후보에 대한 비박주자들의 검증 공세를 피하려는 ‘시간 때우기’가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 측의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5년 전 대선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심하게 공격해 이 후보가 ‘같은 편에게 맞는 돌이 더 아프다’는 말까지 했었다”며 “당내 경선에서 이 같은 혹독한 검증이 있어야 본선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 후보 측이 왜 이런 무리수들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대선경선 출마를 포기한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경선은 경선답게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인데 현재의 새누리당 경선 과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무리 훌륭한 후보가 나와도 검증이 필요 없다는 식의 경선은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