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유령들 / 대니얼 버그너 지음, 최호영 옮김 / 미래인

아름다운 모델보다는 오히려 손발이 절단된 사람들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성적 매력을 느끼는 한 광고회사의 책임자와 여성으로서는 흔치 않은 가학성애자인 패션디자이너, 아내에게 충실하지만 발에 대한 맹목적인 페티시즘으로 극단적인 황홀경과 굴욕감을 경험해야 했던 세일즈맨 등등. 책은 이처럼 이상 성욕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파헤친 심리학 탐구서다.

지난 2009년 출간 당시 미국 현지에서 ‘21세기판 킨제이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책의 저자는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다. 시에라리온 내전의 참혹상을 고발한 ‘불가사의한 군인들의 땅에서’ 등을 펴낸 저자의 관심은 주로 인간 본성과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는 데 맞춰져 있다.

저자는 책에서 성도착자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성 과학자를 만나 욕망의 정체를 추적한 뒤 어긋난 욕망을 가진 이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별 고민 없이 ‘변태’로 치부했을 이들에게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의 삶과 욕망에서 기인한 고통이 있다는 것. 저자는 특히 성욕과 관련해 여러 전문가를 만나지만, 어느 누구도 욕망에 관해서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의 의미를 직시할 때 우리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