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던 하이마트의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쇼핑이 선정됐다.(문화일보 7월3일자 17면 참조)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국내 유통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으로 보여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대주주(유진기업·선종구 전 회장·에이치아이컨소시엄) 측은 롯데쇼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최종 공문을 발송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MBK가 인수를 포기한 지 하루 만에 롯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양 측 모두 성사 의지가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하이마트는 6월 말 현재 31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76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하이마트가 합쳐질 경우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대형 체인화 점포가 운영되는 셈이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9조8000여억 원(연결기준·해외 2조9000여억 원 포함)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3조40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하이마트가 가세하면 두 회사 매출은 13조 원을 웃돌게 된다. 단숨에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5월 신세계에서 분할된 이마트 매출은 14조 4000여억 원대다.

전문가들은 성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하이마트 몸값은 많게는 1조5000억~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 검찰 수사 등 국내외 요인으로 주가가 인수 추진 당시 8만 원대에서 현재는 5만 원대 안팎으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대형마트 업체가 가전양판점을 인수하면 대형 가전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구매파워를 확보하는 데다, 각종 규제로 인해 매출까지 감소하는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통업계의 맞수인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세계는 지난 5월25일 전자랜드 실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최근까지 가격 협상을 벌여 왔으나 지난 2일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공시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