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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 류대성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짧은 치마를 입는 것도 짙은 화장을 하는 것도 옷을 펑펑 사는 것도 친구들과 밤늦게 노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은 벌써 어른인데 어른들은 우리맘을 모른다. 아직 어린 열입곱 살이기 때문에 그저 아직 어리기 때문에’(‘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中 송유정의 ‘때문에’)

17세, 이 책의 부제처럼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모르는 나이’다. 27명의 저자들은 각기 철학, 문학, 심리학,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책 34권을 통해 열일곱살의 생활을 보여준다. ‘외로워서 그랬어요’ ‘주먹을 꼭 써야 할까’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등 책속 소주제들은 인권, 학교폭력, 성매매, 자퇴, 왕따 등을 숨김없이 다룬다. 책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소통하는 ‘북테라피’(book+therapy)같다.

성장통과 입시를 겪으며 혼란스러워하는 17세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완전한 성인으로 대접받지도 못하는 애매한 시절이다. 이솝우화 가운데 양치기 소년은 왜 세번이나 거짓말을 했을까. 외로워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0대들의 마음이 딱 그렇다. 이해를 바라는 게 아니라 관심에 목말라 있다.

책 속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17세’를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예컨대 어렵사리 속마음을 꺼낸 아이들에게 ‘나도 그때를 겪어봐서 잘 안단다’라고 쉽게 이해하는 척하지 말라는 얘기다.

책은 되레 10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어른들에게 묻는다. 화장하고 교복치마를 줄여입은 여학생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아슬아슬한 무대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걸그룹에 열광하고 있지 않은지. 대학에만 가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달래지만 ,사실은 기회가 많을 뿐 저절로 풀리는 건 없다는 걸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10대의 뇌는 어른과 달리 ‘집행기능’이 완전히 발달돼 있지 않다. 그래서 불완전한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된다. 게다가, 10대 땐 또래들에게 목매는 시절이다. 관계가 틀어져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성적과 친구문제로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그만 살기’를 택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요즘,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와 언제 터질지 모를 아이들과 더불어야 하는 교사들이 곁에 둘만한 책이다. 말미에는 ‘10대라는 외계인’‘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등 함께 읽으면 좋을 40여권의 책도 함께 실었다.

윤철호 기자 yuntop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