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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지난 1985년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교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실시됐다. 대니얼 웨그너 하버드대 교수가 17명의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흰 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평소 수업시간이었으면 온갖 잡다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을 학생들은 이 같은 지시를 받고 나니 오히려 머릿속이 온통 ‘흰 곰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생각을 뿌리치려고 할수록 점점 더 깊숙이 의식을 파고들었다.

‘흰 곰 생각 실험’이라고 불리는 이 실험은 이후 심리학 연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불안, 우울증, 다이어트, 중독 등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을 꿰뚫은 것이다. 저자는 이 실험을 통해 의지력이란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정반대의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역설한다. 현대인들이 여러 좌절, 예를 들어 불면증이나 금지된 사랑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 같은 ‘역설적인 반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실용서가 아니라 이론적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하는 학문적 깊이 또한 갖고 있다. 건강심리학자인 저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절제력이 부족하고,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며,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 결과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의지력이 ‘특별한 재능’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오래 전부터 환경에 적합한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화돼 왔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인간이 동물과 달리 미래의 일을 예측하고 까다로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데는 뇌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전전두엽 피질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매번 의지력이 무너지는 끔찍한 경험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인간에게 두 가지 마음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본능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인류의 조상들은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언제나 지방과 당분 그리고 휴식에 갈급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의 영양분이나 휴식이 필요없어도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원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체중을 줄이고 싶다가도 과자를 먹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화와 본능이 우리 몸 안에 두 개의 자아가 공생하도록 한 것이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을 10주간의 강좌라고 가정, 활용 계획을 세분화하고 있다. 전체가 10장인 책은 각 장에서 한 가지 핵심개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설명하고 나아가 이 개념을 어떻게 ‘나의 목표’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골초였던 사람이 흡연 횟수를 줄여가는 과정과 남편에 대한 분노로 고통받던 여성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 등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10주간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아마 전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