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있는 법… /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병이 나서야 자기 몸을 의식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다.

고문학 번역가이자 작가인 저자에게 언어와 정신이 가장 중요한 지위를 유지했고 몸은 자신을 방해할 때만 의식하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40대의 어느 순간, ‘증상’들이 시작됐다.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함께 당혹, 불안, 분노가 시작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마음과 몸의 관계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은 영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이주해 30년 넘게 살고 있는 저자가 자신에게 찾아온 통증을 소재로 풀어낸 자전 에세이다. 관습적 의학 체계 안을 헤매던 저자는 호흡 훈련이라는 뜻밖의 처방에서 위로를 발견하며, 우연히 명상을 접하게 된다. 저자는 명상을 통해 자신의 정신이 몸과 만나서 하나가 되는 극적인 경험을 한다. 마음이 오랫동안 몸을 통해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담담하게 통증을 받아들이자 한 시간 이상 잠들지 못하게 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은 물러났다.

책은 만성 통증으로 시달리던 한 작가의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 삶의 방식을 되묻는다. 수많은 문학 작품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등장시키며 쏟아내는 저자의 재기 넘치는 글솜씨는 탄성을 자아낸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