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때아닌 ‘들쥐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섬 둘레길과 등산로 곳곳에서 들쥐가 출몰, 공무원과 주민들이 동원돼 대대적인 퇴치작전을 펴고 있다.

21일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민가나 식당에서 떨어져 있는 울릉읍 내수전~북변 석포(4㎞), 나리분지~성인봉(5㎞) 등 주요 등산로와 둘레길마다 들쥐가 목격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주요 등산로를 확인한 결과 들쥐들이 쥐구멍이나 풀숲에서 떼지어 출몰해 혐오감을 주고 있다”며 “심지어 인기척에도 꿈쩍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들쥐가 등산로 등에 극성인 것은 관광객들이 다니면서 버린 음식물쓰레기 때문인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울릉읍이나 북면 등의 주택밀집지역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헤집고 다니는 고양이를 피해 이러한 먹이를 찾아 이동, 번식했다는 것이다. 또 울릉도는 들쥐의 천적인 뱀이 서식하지 않으면서 등산로 일대에 들쥐 개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군은 내수전 정상 둘레길 입구와 정매화곡 쉼터 등에 ‘들쥐의 번식을 막기 위해 음식물을 버리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음식물쓰레기는 반드시 봉지에 담아 지정된 쓰레기통에 넣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공무원과 산불감시원, 주민단체 등을 대거 동원해 20일부터 4만8000봉지(한 봉지 50g)의 쥐약 살포에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울릉도에서 들쥐 퇴치작업을 벌이는 것은 섬을 개척한 1882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들쥐가 관광섬 울릉도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생태계 교란문제도 야기할 수 있는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