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선 프레임이 걸려 있다. 내가 무너지면 줄줄이 다 무너진다.”

종북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구당권파 출신의 이석기 통합진보당(진보당) 의원이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의 의원직 사퇴 요구를 받자 이렇게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위원장은 21일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출연, 지난 5월 이 의원을 찾아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을 때 이 의원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에 따르면 이 의원은 사퇴 불가 이유로 “대선 프레임이 걸린 거다. 내가 무너지면 줄줄이 다 무너질 거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사퇴하게 되면 진보당도 야권에서 역할을 못하게 되고, 대선에서 야권연대에 따른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으름장으로 해석된다. 그간 이 의원은 자신과 관계된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해 “야권연대를 파괴하려는 불순한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강 위원장은 김재연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했을 때는 “(김 의원이) 계속 눈물만 흘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이 의원의 사퇴가 야권연대의 전제조건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김 의원이 사퇴해야 하고 강기갑 위원장이 잘 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구당권파가 당권을 잡을 경우 진보당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당 선거전에서는 이·김 의원 사퇴 문제에 대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는 명확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구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강병기 후보는 SBS라디오 후보 토론에서 “2차 진상조사가 발표되면 그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 이·김 의원 제명 징계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고, 신당권파 후보인 강 위원장은 “1차 조사 결과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도 비례대표 후보 사퇴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북핵·3대세습·북한인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담은 진보당 새로나기특위 보고서에 대해서도 강병기 후보는 “종북 논쟁에 불을 지피는 식으로 발표를 했다”고 말했고, 강 위원장은 “색깔론에 우리가 빌미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새롭게 정리해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대조적 시각을 보였다.

강 위원장은 다만 즉각적인 주한미군 철수 재검토, 즉각적인 재벌해체론 유보 입장을 밝힌 새로나기특위 보고서에 대해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